구자홍 LS회장과 '형제·사촌경영' 노하우

입력 2006-04-26 10:59 수정 2006-04-2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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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지배구조·공평한 책임경영 시스템 독보적

재계에서 집안내의 경영승계 다툼이 날때면 어김없이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라는 표현을 쓴다. 형제들이 많다보면 그룹을 승계할 때 지분 배분이나 계열사 안배 등 이러저러한 문제로 다툼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예외 없는 법칙이 없듯이 LS그룹에선 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 가지 많은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없기 때문이다. LS그룹은 형제는 물론 사촌들까지 그룹 계열사에 포진되어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2003년 LS란 이름으로 LG로부터 분리된 이후에도 잡음 한 점 찾아보기 힘들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사진)의 독특한 '형제·사촌경영'이 재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룹 내 경영자로 참여하고 있는 구씨 일가의 형제 및 사촌은 구자홍 LS그룹 회장, 구자열 부회장, 구자엽 가온전선 부회장 등 7명이나 된다. 이들은 LS출범당시 7조3500억원대의 매출규모를 지난해 9조6484억원으로 30%이상 늘렸고 재계 순위 17위로 성장시키는 데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했다.

재계에선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갈만한데 오히려 형제·사촌경영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며 의아해 하고 있다. LS그룹의 형제·사촌경영의 노하우는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독특한 지배구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 거미줄 지배구조가 LS 지배구조의 '힘(?)'

LS그룹에는 여타의 재벌 그룹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구조조정본부나 기업문화실 등 그룹을 총괄하는 컨트롤센터와 같은 조직이 없다.

지주회사도 없다. 단지 그룹 내 LS전선이 LS산전, LS니꼬동제련, 알루텍, 파운텍 등 1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 지주회사 노릇을 할 뿐이다. E1, 가온전선, 극동도시가스는 그나마 LS전선과는 지분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

구자홍 회장이 그룹을 총괄하고 있지만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는 다른 총수와는 성격이 다르다. 계열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고 주력기업인 LS전선과 LS산전의 이사회 의장으로만 활동하고 있다.

구회장은 개별 사업에 일일이 간여하기보다는 그룹의 비전을 세우는데 주력한다.

어떻게 보면 매우 느슨한 그룹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7명의 복잡한 지분구조가 균형 있게 배분되어 있기 때문이다(표 참조). 어느 한쪽에도 치우쳐 있지 않는 지분 구조 덕에 형제·사촌간의 견제가 가능하고 각각 제 몫을 철저하게 배분 받아 책임경영을 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S그룹 지배구조는 철저하게 '장자 우선의 서열주의에 따른 공평분배' 원칙을 지키고 있다.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명예회장의 3형제의 장남들인 구자홍 회장, 구자열 부회장, 구자은 LS전선 상무의 LS전선 지분은 각각 3.13%, 3.55%. 3.93%로 배분되어 있다. 그룹 총괄을 장자인 구자홍 회장이 맡은 대신 사촌들에게 지분을 좀더 배분했다.

또한 구자홍회장의 첫째동생인 구자엽씨는 가온전선 부회장으로, 둘째 동생인 구자명씨는 LS니꼬동제련 부회장을 맡고 있다. LS니꼬동제련 LS전선 다음으로 매출규모 2위를 달리고 있는 주력회사가운데 하나다. 장자인 구태회 명예회장 일가에게 주력사 두 곳을 안배한 것이다.

◆ 형제·사촌간 공평한 책임경영 시스템

구평회 명예회장 일가는 장남인 구자열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LS전선의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둘째인 구자용 사장은 E1을 셋째인 구자균 부사장은 LS산전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LS그룹의 대주주 현황을 들춰보면 특수관계인(친인척)의 주식 보유가 많다. 50여명에 달하는 특수관계인 명단이 빼곡이 주주 명부에 올라와 있다.

결국 핵심경영은 형제와 사촌들이 공평하게(?)맡아서 경영하고 있고 이에 대한 평가는 구자홍 회장이 이사회를 통해 하고 있는 셈이다. 구자홍 회장은 이사회 경영을 통해 복잡한 지배구조를 묶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룹내에서도 “구 회장의 이사회 경영에 대해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스타일”이라며 “도전적인 실험에 가깝다”고 평했다.

증권가에선 “LG그룹처럼 지주회사가 아직 정비도 되지 않은 LS그룹은 향후 지주회사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며 “결국 구 회장의 이사회 경영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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