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주소 시행 두달] 택배·부동산업계 기피…4000억 날리나

입력 2014-03-0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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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동’이름 프리미엄…신분증에 스티커 부착 “인력 낭비” 불만도

▲도로명 주소가 도입된지 두 달이 지났지만 택배 등 물류 운송업에서의 혼선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한 택배 배달원이 인천시 부평에 위치한 공단지역에서 배송지를 몰라 주위를 살피고 있는 모습.

도로명 주소 사용이 전면 시행된 지 두 달이 흘렀지만 일선에서의 혼선은 여전하다. 택배업무나 운송업무, 심지어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사용 기피현상이 뚜렷하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7명은 도로명주소를 사용하지 않고, 전국 우편물의 도로명 주소 평균사용률(지번 주소 병기 포함)도 30%를 밑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정부가 도로명주소 사업을 위해 집행한 예산 4000억원 가량이 허공에 날아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도로명주소는 부동산 중개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부동산 위치 표시를 위해서는 지번주소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 반면 거래 당사자의 주소는 도로명주소만 쓸 수 있다. 한 장의 계약서 안에 도로명주소와 지번주소를 모두 기입해야하는 게 가장 큰 불편 중 하나다.

부동산을 사고 팔때 옛주소와 도로명 주소를 병행 표기해야 하면서 건물주와 토지 소유주 확인 대조작업과 같은 번거로움 등으로 도로명주소 사용에 애를 먹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D씨는 “새해부터 도로명 주소가 시행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수십년간 사용해오던 지번 체계를 한번에 바꾸는 국가적 사업인데 이렇게까지 서둘러서 시행할 필요가 있었나”며 “시간을 두고 시행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 바로미터라 불리는 대치, 압구정 등 ‘동 이름’프리미엄이 사라졌다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가령 은마아파트의 경우 강남구 삼성로라는 도로명주소로 대체되면서 주소만 갖고는 은마아파트인지 알 길이 없다.

도로명 주소 사용의 혼란은 일상에서 계속되면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뒤에 도로명주소 스티커를 일일이 붙이는 ‘가가호호(家家戶戶) 방문’ 작업을 추진키로 하면서 지자체 등 일선 공무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월말께 관련된 시행예고 메일을 일선 공무원들에 보냈다.

이미 작년 말 한 차례 지자체 공무원들이 모든 가구를 방문, 새주소 사용을 권장했지만 주민증이나 면허증은 분실이나 훼손되기 전에는 갱신하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도 정부가 실적에만 급급해 밀어부치고 있다는 게 일선 공무원들의 한 목소리다.

즉 주민증, 면허증 뒷면에 새주소 스티커를 붙이는 것으로 일선 시·군·구 공무원들로서는 인력ㆍ시간 측면에서 현실성이 낮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방소재 시청에 근무 중인 A(32)씨는 “신분증에 도로명 주소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을 하면 담당부서 직원들뿐만 아니라 시청 전체 직원이 나서야 할 판이다. 도로명 주소 사용 초기인 올해 초에 이어 다시 한 번 도로명 주소 대란이 발생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 직원은 “도로명주소 사용률이 낮은 것이 일선 공무원들의 책임이냐”면서 “새학기ㆍ봄이사철에 따른 각종 민원으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일이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정부가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강행하면서 그 책임을 일선 공무원들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자체는 도로명주소 전환과 관련한 홍보 전쟁을 두 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 안내책자와 지도 제작, 각종 우편 홍보물 등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행정부는 도로명 주소 사업을 위해 총 3907억원을 사용했다. 이 비용은 교부세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집행한 돈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세부적으로는 도로명판 등 안내시설 제작에 3415억원, 주소정보시스템구축에 254억원, 대외 홍보에 238억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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