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혁은 규제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품질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다. 환경규제를 통해 환경을 보호하고 기업규제를 통해 경제민주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규제는 빛과 그림자를 가진 양날의 칼이다. 교통신호가 없다면 시내 도로망은 마비될 것이다. 모든 규제를 철폐한다면 사회제도는 혼란에 빠질 수 있기에 규제는 최소한 존재해야 한다.
규제에 관한 일반적 원칙은 규제로 인한 비용 대비 편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규제 개혁의 지표는 규제 숫자가 아니라 비용 대비 편익이 되어야 한다. 규제 영향평가 시스템이 규제 개혁의 인프라인 것이다. 기존에 있는 대부분의 규제는 이러한 규제 영향평가가 미비하다는 게 문제다. 설사 영향평가가 분석된 보고서가 있다 해도 특정 이익단체의 입맛에 맞춘 것이 대부분이다. 수도권 공장 규제를 통한 비용과 편익, 원격의료에 관한 비용 편익 분석, 자영업 지원의 비용 편익 분석이 공개적으로 분석·공유돼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익집단을 위한 많은 규제들이 해소될 것이다. 세계 최초로 개방과 공유의 정부3.0 기반 규제영향 분석 시스템 구축이 차별화된 국가 규제 전략이 될 것이다.
기술은 급격히 진화한다. 과거 기술환경에 근거한 잘못된 규제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편익을 감소시킨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전자금융거래 규제 사례다. 금융감독원의 내규인 ‘전자금융 감독규정’에는 특정 인력 비율과 특정 기술 사용에 대한 깨알 같은 규정들이 있다. 이 규제에 포함되느냐, 마느냐가 한국 전자금융 업계의 사활을 결정하고 있다. 따라서 극심한 이익집단의 활동이 난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게 된다. 기술평가는 원칙적으로 민간으로 이전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만 명확하게 하라는 것이 바젤 협약이 규정하는 글로벌 표준이다.
한국의 친절한 금융감독원에서는 기술, 인력, 조직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한국을 인터넷 보안 후진국으로 만들고 글로벌 온라인 무역의 갈라파고스로 고립시킨 규제들은 놀랍게도 법도 아니고 시행령도 아니다. 대부분 부처 내규다.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이러한 규제들을 모두 없애고 통제와 보호의 패러다임에서 자율과 책임의 패러다임으로 개혁하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들이 생기는 이유는 모든 문제를 사전에 관리 가능하다는 과거의 통제와 보호의 패러다임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문제 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주도 면밀한 사전 규제를 목표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는 오히려 기술발전의 저해와 국가비용의 증가로 돌아왔다. 이제 규제의 원칙은 바로 KTX와 같이 사전규제는 극소화하고 사후평가는 강화하는 것으로 이동해야 한다. 표 검사는 하지 않더라도 잘못되면 10배를 물리는 KTX의 방법은 바로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의 혁신이다. 사전 통제에서 사후 평가로의 전환이 바로 창조경제로 가는 패러다임의 변화인 것이다.
무조건 사전 규제를 없애기만 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전 규제를 줄이는 대신 사후 평가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보안투자를 줄이는 비용 절감보다 문제 발생 시 손해배상이 크면 당연히 보안을 강화하게 된다. 정부가 규제를 줄이면 공무원 수를 줄일 수 있다. 업계는 피규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국가 전체는 사회적 효율을 증대시키게 된다.
창조경제는 융합이 쉬워지는 경제다. 융합이 쉬워지기 위해서는 규제의 울타리가 낮아져야 한다. 울타리를 낮추면 만남이 촉진되고 융합이 활성화된다. 여기에 기업가 정신으로 창조적 융합을 촉진시키면 된다. 창조경제는 칸막이 규제 철폐와 창조적 기업가 정신이 쌍끌이로 이끌면 성공의 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