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모바일 운영체제(OS) 타이젠에 승부수를 걸었으나 지금까지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라고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업체 삼성은 애플과 구글이 양분하는 모바일OS 시장에 타이젠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삼성을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이익모델 구축은 삼성에 절실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레노버가 최근 구글의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하기로 합의하는 등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하드웨어 쪽에서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삼성의 스마트폰 대부분은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구글은 메일과 지도, 모바일 광고검색 등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앱)을 통해 앉아서 돈을 벌고 있다.
타이젠이 성공한다면 삼성은 제3자 앱 판매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새로운 매출흐름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은 아이튠스와 앱스토어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이 연 160억 달러(약 17조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막대한 투자에도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특히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이 타이젠 진영에서 속속 탈퇴해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일본 최대 이통사 NTT도코모는 지난달 중순 세계 최초 타이젠폰 출시 계획을 전격적으로 연기했다. 당초 타이젠은 2012년 말 나올 예정이었다. 미국의 스프린트넥스텔은 지난해 타이젠 진영 탈퇴를 선언하면서 회사 자원을 즉각적인 출시가 가능한 다른 제품에 집중하기로 했다.
스페인 텔레포니카는 타이젠에서 탈퇴한 것은 물론 지난해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기반 새 OS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파이어폭스가 중남미 저가 시장을 노리기에 적합한 OS라고 판단해 텔레포니카가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타이젠 전용 앱 개발자 콘퍼런스를 열고 우수 앱에 대해서는 400만 달러의 상금을 거는 등 개발자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대형 앱 개발사들은 미지근한 반응이라고 WSJ는 전했다.
타이젠은 지난해 말 기준 약 6000개의 앱을 확보했다. 이는 애플 iOS 앱이 100만개에 육박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삼성은 적극적인 투자로 중소 앱 개발업체들을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국 애틀랜타 소재 음악 스트리밍 앱 업체 마에스트로도 이런 경우다. 마에스트로의 대니얼 에스코바르 설립자는 “삼성은 개발비용을 보전해주고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며 “적어도 우리가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 삼성은 수억 대의 휴대폰을 판매하는 회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