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의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FOMC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종전의 월 75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약 69조6800억원)로 100억 달러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기준금리는 현행 0~0.25%로 동결했다.
대부분의 시장 관계자는 연준이 계속해서 테이퍼링(자산매입의 점진적 축소)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신흥시장의 혼란에 테이퍼링 일시 중단 요구도 커지고 있다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벤자민 만델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일단 코스를 정했으면 이 길을 벗어나는 것은 힘들다”며 “이는 연준 정책에 대한 신뢰성과 예측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출구전략을 펼치기 시작한 이상 그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본 셈이다.
크리스 로우 FTN파이낸셜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우선순위가 명백해졌으며 이는 시장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라며 “지난 사흘간 미국증시는 약 3%가량 하락했고 일부 신흥국 통화는 두자릿수의 급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FOMC 성명에서 이런 시장상황이 거론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실히 (증시 약세와 신흥국 위기 등) 이벤트가 연준 우선순위 목록에서 빠졌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31일 임기가 끝나며 재닛 옐런이 차기 연준 수장에 오른다. 옐런 차기 의장은 오는 3월18~19일 FOMC를 처음으로 주재하고 기자회견도 할 예정이다.
애드리안 밀러 GMP증권 채권 전략 이사는 “옐런 시대 연준은 FOMC가 열릴 때마다 자산매입 규모를 줄일 것”이라며 “테이퍼링을 중단하거나 그 속도를 조절하려면 연준의 높은 기준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FX의 스티븐 잉글랜더 주요 10국(G10) FX 전략 대표는 “미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으며 연준은 미국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번 FOMC 결정은 이해할 만하다”며 “단 신흥시장 관점에서 연준은 작별인사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 신흥국들은 최근 이틀간 연준 테이퍼링 불안에 따른 자금이탈을 막고자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막는데는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