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턱밑 위협하는 AI…증폭되는 ‘국민불안’

입력 2014-01-2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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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스틸 효과 의문…방역체계에 ‘구멍’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내륙으로 퍼지면서 수도권 턱밑까지 위협하고 있다. AI가 발생한지 열흘이 넘었지만 여전히 원인은 추정 수준이다. 충북권에까지 첫 AI 의심신고가 접수되면서 선제적 조치인 스탠드스틸(Standstill·일시 이동중지)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AI 전국 확산의 분기점이 될 설 연휴를 앞두고 구멍 뚫린 방역체계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7일 충북 진천군 이월면 종오리 사육농가에서에서 AI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지난 16일 전북 고창에서 첫 발생 이후 11번째 신고접수다. 이에 따라 의심농가 발생 지역은 전북·전남·충남·충북까지 4개도로 늘었다.

경기 화성 시화호의 철새 분변에서도 고병원성 AI 성분이 검출된 만큼 영남과 강원 지역만 빼고 수도권을 포함해 사실상 전국이 AI 위험권역에 들어가게 됐다. 더욱이 철새의 이동경로인 경기·충남·전북·전남 등 서해안벨트에서 벗어난 지역에서의 첫 의심 신고라는 점에서 내륙의 AI 재앙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AI가 점차 북상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음에도 방역당국은 뒷북대응만 반복하고 있다. 앞서 호남지역에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발동됐지만 충북 진천에 의심신고가 나오면서 결국 AI가 충청권으로 번지는 걸 막지 못했다. 또 27일 AI가 발생했던 전북 임실지역에서도 추가 의심축이 신고돼 AI 확산추세가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했던 전라북도의 예상은 제대로 빗나갔다.

방역당국은 “이동중지 명령이초기 AI 발생지역에 대한 차량 이동통제 등 고강도 방역을 가능케 해 AI 바이러스의 확산 차단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닭·오리농가가 자체 소독을 소홀히 하면 언제든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는데다 현재로선 AI 확산에 철새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는 “일시이동중지는 축산농가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소독의 효과를 높이자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민족의 대이동 ‘설 연휴’까지 겹치면서 AI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불안을 잠재워야 하는 방역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철새 도래지 인근이나 발병 가금 농장 인근 지역을 통과한 차량이나 사람이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AI가 급속하게 전파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 12월 발생한 AI는 다음해 설을 전후해 인구이동이 늘어나면서 역대 최장기간인 139일동안 계속됐다.

AI 원인 규명이 미흡한 점도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발생 때마다 원인이 확실히 검증된 경우는 없었다. 정부가 추정대로 감염원이 철새라 하더라도 이동경로 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선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성난 민심을 잠재우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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