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영준씨(37)는 “최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급증한 문자메시지(SMS)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김씨가 최근에 접한 대부업체 광고에는‘30일간 무이자 대출, 무서류·무방문·무심사 대출, 1시간 내 대출 완료’ 등 고금리 대출을 유혹하는 다양한 문구들로 가득했다.
정작 김씨가 궁금했던 것은 최저금리 대출한도가 아닌 금융거래가 전혀 없던 자신의 개인정보가 그들의 손에 어떻게 들어갔느냐는 것이다.
최근 몇년 사이 김씨의 사례처럼 쉽고 빠른 대출을 내세운 대부업체 광고가 일상생활을 파고 들었다. 생계형 대출을 필요로 하는 서민층과 금융 지식이 취약한 계층에 과도한 금리 부담을 지울 수 있는 대부업체의 무차별적인 대출 광고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부업체들이 문의조차 하지 않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27일 본지 취재팀 확인 결과, 대부업체와 무허가 사채업자들의 경우 통상 3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 정도의 시일을 두고 대량의 불법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업체들은 회사 차원에서 수백만건의 불법 개인정보를 최소 1000만원 선에서 가격을 흥정하고, 양질의 개인정보인 경우에는 이보다 높은 가격에서 매입하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이렇게 구입한 개인정보를 자사 텔레마케팅(TM)을 전담하고 있는 대출모집인에게 넘긴다. 대출모집인들이 이를 토대로 대출 영업을 하고 이 과정에서 최신 정보가 추가되는 새로운 개인정보로 생성된다.
문제는 이후 가공된 불법 개인정보가 다시 유통시장에 유입되고 다른 대부업체가 이를 구입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최신정보로 둔갑되는 것이다. 오래된 고객 개인정보도 몇 단계 유통과정만 거치면 최신 정보로 활용 가치 높아지는 셈이다. 이같은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가공 유통하고 있는 대부업체와 사채업자 2만여곳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취재팀은 지난 15년간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제2금융권에서 금융IT보안을 담당했던 실무자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증언을 확보했다. 취재팀이 접촉한 금융IT보안 실무자는 “금융권 대출모집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TM은 은행과 캐피탈, 저축은행, 대부업계 등으로 나뉘지만, 은행과 캐피탈, 저축은행 등은 제도권 내에 있어 대출모집인의 불법적인 활동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이 실무자의 발언은 해석하면 금융권에서 대출모집인들이 수집하고 있는 불법 개인정보와 이를 토대로 한 부당한 대출 영업은 대부업계로 제한된다는 의미다.
그는 “대부업체들은 회사 차원에서 대출영업에 필요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얻기 위해 통상 3개월 단위로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하고 있다”며 “이들이 형성하고 있는 유통시장에서는 가장 기본으로 1000만원 단위에서 수백만건의 개인정보가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출모집인을 중심으로 오래전에 유출된 개인정보가 최신정보로 가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대출모집인 중에는 영업을 갓 시작한 신입직원들의 경우 회사(TM)에 내려오는 자료를 바탕으로 영업활동을 하지만, 경력자들은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DB)를 가지고 영업활동을 한다”면서 “대출모집인 사이에서도 일부는 정보교류로 자신의 DB를 업그레이드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양질의 개인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오랜 경력의 대출모집인들의 경우 TM회사 간의 인력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하다고 이 관계자는 귀띔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양질의 개인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경력자들이 개인정보 유통 브로커 등의 금전거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개인정보 유출 대란으로 대출모집인들의 영업활동이 제한된 만큼 이들이 소지하고 있는 상당한 개인정보가 불법 유통시장 등 음지로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