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사투를 벌인 후 극비 자료가 들어있는 출입문 앞까지 도달한 주인공. 그가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본 후 손바닥을 센서 위에 올려놓자 ‘석세스(Success)’ 사인이 나오고 문이 열린다. SF나 첩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이는 바로 생채 인식 기술을 활용한 것. 영화에는 지문, 목소리, 홍채 인식 등 다양한 방법이 등장한다. 최근 들어서는 더 똑똑해진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지문과 홍채, 목소리를 인식해 관심을 집중시킨다.
특히 올해는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생채인식 기능을 탑재한 전략 제품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생채인식 스마트폰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생체인식 스마트폰은 지난해 8월 팬택이 지문 인식 기능을 탑재한 ‘베가 LTE-A’를 국내 시장에 선보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애플이 ‘아이폰5S’에 지문 인식을 적용하면서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으로 떠올랐다.
팬택과 애플은 지문 인증을 통해 기존의 잠금 패턴이나 비밀번호 대신 스마트폰의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특히 팬택은 지문 인식으로만 볼 수 있는 ‘시크릿 모드’를 선보여 개인 정보 보호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두 회사는 또 앱스토어에서 유료 앱을 결제할 때 사용자를 확인하는 보안 인증 서비스도 선보였다. 생채 인식으로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올해는 지문 인식뿐 아니라, 홍채 인식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홍채는 동공 주위에 있는 도넛 모양의 막이다. 통계학적으로 DNA 분석보다도 정확하다고 알려진 만큼 사람 간 구별이 확실하다. 평생 변하지 않으며 콘택트렌즈나 안경을 착용해도 인식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 복제도 거의 불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5월 홍채 인식과 관련한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업계에선 삼성이 오는 4월 공개할 차기 스마트폰 ‘갤럭시S5’에 해당 기술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에서 “많은 사람이 홍채 인식 기술에 열광하고 있다”며 “고가 모델에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홍채 인식 기술이 잘 상용되지 않았던 것은 비용이 높은 데다 인식률도 낮았기 때문. 스마트폰이 사람의 홍채를 안정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선 별도의 조명이 필요하다. 서양인의 눈에는 일반 플래시를 써도 되지만 동양인의 홍채엔 멜라닌 색소가 많아 인식률을 높이려면 별도의 적외선이 필요하다. 적외선 조명을 별도로 탑재하면 단말기가 더 커지고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별도의 적외선 조명을 달지 않고 기존의 근접 센서를 이용해 홍채 인식률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애플 역시 홍채 인식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생체의학 기술 분야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애플은 차세대 기술로 얼굴 인식 기술도 도입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에 얼굴만 비치면 잠금 해제나 통화가 가능하다. 애플은 최근 미국 특허상표청에 얼굴 인식을 통해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특허를 등록한 바 있다. 앞서 3D 영상 인식 센서를 만드는 이스라엘의 회사 프라임 센스를 3억6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 밖에 목소리 인식은 음성에서 추출한 개인의 독특한 특성 정보를 이용한다. 이는 억양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음성경로인 비강과 구강의 모양 등에 의존하기 때문에 성대모사와 같은 방법으로 모방할 수 없다.
한편 생체 인식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코드리서치에 따르면 2012년 3억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15년에는 6억 달러 규모로 두 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