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이번 신입사원 채용 제도 전면 개편은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응시자 수를 줄이자는 게 핵심이다.
삼성은 1995년 ‘열린 채용’ 제도를 도입하면서 서류전형 없이 일정 자격만 갖추면 모든 지원자에게 SSAT 응시 자격을 줬다. 하지만 삼성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고 대학 졸업자의 취업난이 더해지면서, 삼성 입사를 위한 SSAT 응시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1년 10만명이었던 응시자 수는 지난해 20만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시중 서점가엔 SSAT 수험서만 300종 넘게 나와 있고 ‘삼성 고시’ 대비 사설학원과 캠퍼스 특강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며 사교육 시장이 급팽창했다. 고사장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학교에서 500명 정도가 SSAT 시험을 치른다고 가정할 경우 10만명을 소화하려면 200곳의 고사장을 마련해야 한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해 고사장 대여료, 시험지 인쇄비, 시험감독관 경비 등 SSAT 실시를 위한 직·간접 비용으로 100억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막대한 사회적 비효율은 물론 대량으로 양산되는 낙방자들 사이에 ‘반(反)삼성 정서’가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를 위해 삼성은 1995년 폐지한 서류전형을 19년 만에 부활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지원서를 연중 상시 접수하는 대신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에게만 SSAT(매년 4월, 10월) 응시 자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서류전형은 출신대학, 학점 등을 기준으로 탈락시키는 게 아니라 지원하는 직무·회사 성격에 맞춰 전공 이수 여부, 전문성, 동아리 활동, 수상 경력 등을 주로 평가한다. 불필요한 고급 스펙은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를 통해 SSAT 응시 인원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찾아가는 열린채용’ 제도와 ‘대학 총장 추천권’도 도입한다. 찾아가는 열린채용은 지역별로 거점이 되는 30여개 대학을 직접 찾아, 학생들과 면담을 하는 등 사전 인터뷰 형식을 취한다. 대학에 나가서 받아온 입사 희망서와 면담기록이 서류 전형을 대체한다. 전국 200개 4년제 대학 총장에게 추천권도 준다. 5000명 정도를 총학장 추천으로 받을 예정인데, 전공별 정원 및 삼성에 입사했던 실적 등을 감안해서 학교별 추천 인원을 배정할 계획이다. 총장 추천을 받은 학생은 서류 전형이 면제되고 바로 SSAT를 볼 수 있다.
SSAT도 지식과 암기력 중심에서 논리력 중심으로 개편한다. 암기나 정답 가려내기 연습이 아닌 오랜 기간 독서와 경험을 통해 개발되는 논리적 사고력을 평가할 예정이다. 상식 영역은 인문학적 지식, 역사와 관련된 문항을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