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보기]한국은 역동적인 국가인가

입력 2014-01-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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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한국을 표현하는 말 중 하나가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 즉 ‘역동적 한국’이다. 그러나 한국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살벌할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전혀 역동적이지 못하다.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자본주의 역동성과는 거리가 먼 의사, 변호사, 교수, 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이다. 이러한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은 창업을 하지 않고,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선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업을 해서 생존하기 어렵지만, 성공한 사람도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시키기보다는 중소기업으로 계속 남아 정부의 혜택만 누리려 한다. 또한 많은 기업가는 기업을 해서 돈을 벌면 부동산 투자나 임대사업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대학 수험생의 경우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해 전국의 의대·치대가 다 채워져야 서울대 공대·자연대에 지원자가 생길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택배와 대리운전 등의 죽기 살기식 경쟁, 24시간 배달과 같은 자영업의 피 말리는 생존 노력, 일부 지역의 흥청거리는 술집, 사교육 열풍과 치열한 입시 경쟁 등을 보고 한국이 역동적 국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본주의 본질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독일처럼 뛰어난 학생이 이공계를 지원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미국처럼 꿈이 있는 사람이 벤처기업을 창업해 성공해 가는 나라가 진정 역동적이고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경제를 만든다. 한국이 살벌한 경쟁만 있고 자본주의 역동성이 없는 경제가 된 데에는 이유가 많지만, 잘못된 보상체계, 사회안전망 부족, 금융부문의 낙후성 세 가지가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첫째, 한국에서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임대업자, 자격증 수가 정해져 있고 업무영역을 보장받는 의사 등 전문직, 신분과 연금이 보장되는 교수와 공무원 등은 기여도와 국민경제의 부담 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보상을 받는다. 나라 경제 전체에서 이들이 더 많이 가져가면 다른 사람들의 몫이 줄 것은 당연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업 간 적절한 보상 차이는 있어야 하지만 한국은 보수, 명예, 안정성 등을 생각할 때 그 격차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과다하고 불공평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엄청난 사교육비 투자나 장기간 취업준비 등 무리를 해서라도 소위 좋은 직업을 얻으려는 것이다.

둘째, 실직이나 사업 실패 등 어려움이 있을 때 잠시 피했다가 재기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매우 부족하다. 한국은 대기업에 다니다가도 정리해고 등으로 직장을 잃으면 실업급여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시간을 갖고 전직을 준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조건이 안 좋은 직업에 취업하거나 무리하게 음식점, 편의점 등을 창업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창업에서 실패하고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외국에서는 대표적 3D업종인 환경미화원이 한국에서는 대학원 졸업생 등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도 환경미화원의 직업 안정성 때문이다.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 부족은 젊은이들이 보다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일에 도전하는 것을 막고 있다.

셋째, 금융부문의 문제다. 한국의 금융은 창업자, 영세사업자 등에 대한 자금 지원 기능이 취약해 자본이 부족한 사람이 창업을 해서 기업을 키우기 매우 어렵다. 또한 기업인은 창업에 성공해 기업을 잘 운영하다가도 잘못되는 경우 대표이사 등의 연대보증제도로 인해 회사를 잃을 뿐 아니라 개인재산마저 지킬 수 없다. 이것이 기업인들이 회사를 키우기보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거나, 회사 돈을 빼돌려 숨겨 놓으려는 유혹에 빠지는 큰 이유다.

이러니 젊은이들은 전문직과 공무원 등에 몰리고, 능력 있는 사람은 창업을 두려워한다. 또한 기업인은 기업을 하면서도 항상 불안해하고 다른 데 눈을 돌린다. 한국을 지속 성장이 가능한 역동적인 나라로 만드는 것은 이 같은 문제점의 개혁, 즉 보상체계 정상화, 사회안전망 확충, 금융부문 개혁 등이 조금씩이라도 이뤄져야 한다. 대부분 이해관계와 재원 부족 등으로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일단 공론화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금융부문 개혁과 임대소득자에 대한 철저한 과세는 의지만 있다면 상대적으로 쉬운 정책이다. 특히 대표이사의 연대보증제 폐지는 약간의 부작용은 있지만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면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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