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객은 뮤지컬 ‘디셈버’를 이해했을까? [이꽃들의 36.5℃]

입력 2014-01-06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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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한류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2013년 10월 31일 열린 뮤지컬 '디셈버:끝나지 않은 노래'의 제작 쇼케이스(사진=노시훈 기자 nsh@)

지난 3일 광화문역 근방에 위치한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고 김광석의 노래로 꾸민 주크박스 뮤지컬 ‘디셈버’의 공연이 있는 이날 세종문화회관 로비는 일본 팬들의 들뜬 목소리로 가득 찼다. JYJ의 멤버 김준수가 남주인공 지욱 역으로 서기 때문이다. 김준수의 일본 팬들은 그의 얼굴이 그려진 작품 포스터에 눈을 떼지 못했고, ‘디셈버’가 새겨진 후드티, 머그잔 등 관련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일찍부터 줄을 섰다.

지난해부터 통화 공급으로 꾸준히 내림세를 걸어온 일본의 엔화 가치 상황을 미루어봤을 때 세종문화회관에 빽빽이 들어선 일본 팬들의 반응은 조금은 의아한 일이다. 실제로 지속된 엔저 현상에 한때 350만 명이던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수는 큰 폭으로 하락해 지난해 280만 명을 기록했다. 한국으로 발길을 찾는 일본 관광객의 주머니 부담이 많이 늘어났음에도 불구, ‘디셈버’의 현장판매분의 50%(인터파크 기준)를 해외 관객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팬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그러나 막상 막 올린 공연장에는 충성도 높은 이들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1부 속 1980년대 대학가 배경과 이에 어우러진 고 김광석의 노래는 사실 일본 팬을 포함한 해외 관객의 공감을 사기 힘들다. 이에 한류 스타로서 명실공히 티켓파워를 자랑해온 김준수를 주연으로 내세운 ‘디셈버’라면 해외 팬의 이해를 도울만한 곡 제목에 대한 번역 자막 정도는 마련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를 주지하지 못한 사실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좌석마다 배치된 LCD 모니터가 한국어로 곡 소개에 열 올리느라 집중력을 흩트렸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로 세종문화회관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총 3022석의 대극장에서 1층, 2층 좌석과 3층 벽면에 붙은 LCD 모니터는 넘버를 달리할 때마다, 동시에 밝은 빛을 깜박이며 무대를 향한 시야를 방해했다. 차라리 해외 팬을 위한 도움말이었다면 질끈 눈 감아줬을지 모른다.

제작비 50억이 투입된 ‘디셈버’는 라이선스작이 아닌 창작 뮤지컬로서 기대 속에 출범했다. 연간 3000억 규모로 성장해 이제는 뮤지컬 한류를 내다보는 국내 뮤지컬계에 관객을 위한 섬세한 배려는 높은 작품 완성도를 더해줄 것이며 선진적 수준에 한층 다가서게 할 것이다. 서울 샤롯데씨어터 상연 당시, 무대 좌우에 배치된 스크린을 활용해 생동감 있는 번역 자막으로 관객 공감을 이끌어냈던 뮤지컬 ‘애비뉴Q’(2013년 8월 23일~10월 6일)의 센스가 왜 호평받았는지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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