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울리고 시청자 웃긴 ‘무한도전’식 기부, 왜 뜻깊을까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3-12-2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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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쓸친소 특집 방송분(사진 = MBC)

3만5000원짜리 비틀즈 LP 앨범이 38만원, 신성우의 바이크용 고글은 50만원, 큐빅 커플링 100만원, 술 한 병에 100만원.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배보다 배꼽이 큰 경매장이 열렸다. 연말 누구보다 쓸쓸한 친구들이 모여 무엇인가에 홀린 듯 경매 전쟁을 치렀다. 출연자들의 애장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경매에 낙찰된 주인공들은 물품을 확인하고 좌절했다.

‘무한도전’다운 기부였다. 28일 쓸친소 특집으로 진행된 ‘무한도전’의 꽃은 전매특허 좌충우돌 게임도 출연자들의 입담도 아닌 기부였다. 경쟁을 통해 마련된 기부금은 총 799만5천원. 길이 244만원, 지상렬이 127만5000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냈다. 여기에 파티장 입구 모금함을 통해 걷힌 120만8000원, 익명의 기부천사의 500만원이 더해져 1400만3000원의 기부액이 모였다.

쓸친소 특집을 마련하기 위해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섭외에 나선 멤버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특집은 출연자를 위로하고 연말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한 기획으로 보였다. 하지만 기부를 통해 쓸친소의 의도는 ‘무한도전’의 8년이 보여준 사회공헌 맥락을 잇는 의도로 바뀌었다. 단순히 게임을 통해 예능적인 웃음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훈훈함을 더한 것이다.

기부는 자발성이 전제될 때 가장 큰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무한도전’은 그런 기부를 강요해왔다. 박명수는 유도선수와 축구선수 유망주들에게 100만원이 넘는 치킨과 삼겹살을 사야 했고, 방청객에서 햄버거 세트를 사야 했다. 노홍철과 정준하는 회전초밥 가게와 전집에서 수십만원의 음식 값을 지불했다. 의도치 않은 ‘무한도전’식 기부는 예능이라는 키워드가 가미돼 가능하다. 게임과 내기를 통해 정당성이 가미되며 웃음과 기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무한도전' 쓸친소 특집 방송분(사진 = MBC)

여기에는 멤버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길을 앞세운 ‘무한도전’의 친근함이 뒷받침된다. 스튜디오를 벗어나 유독 시민들과 소통하는 코너가 많았던 ‘무한도전’은 이제 연예인이 아닌 친근한 옆집 아저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평균 이하 멤버들’이란 프로그램 표어에서 알 수 있듯 무한도전은 스스로를 낮추고 시청자들을 높인다.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느새 동질감으로 확대됐고, 관전에서 응원으로 바뀌었다.

과거 레슬링, 조정 등을 통해 웃음을 전하고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것도 ‘무한도전’이었기에 가능했던 포맷이었다. 치열한 노력 끝에 달성한 ‘무한도전’의 성공에 열광하고 그들만의 기부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날 ‘무한도전’ 멤버들과 게스트 지상렬, 조세호, 김나영, 박휘순, 장미여관 하세가와 요헤이, 소녀시대 써니, 빅뱅 대성, 신성우, 진구, 류승수 등은 시청자들과 함께 웃으며 연말 기부를 진행했다. 웃고 떠드는 사이 마련된 1400만원의 기부액은 서울 연탄은행을 통해 2만 여장의 연탄이 되어 쓸쓸한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2013년의 마지막으로 방송된 ‘무한도전’은 가장 완벽한 그들만의 기부로 승화돼 잔잔한 울림을 더했다. 조세호는 3만5000원짜리 비틀즈 LP 앨범을 38만원에 구입한 뒤 “저 오늘 여기 왜 나온 겁니까. 출연료가 40만원이 안 되는데...”라고 울상을 지었다. 그의 어리둥절한 표정에서 시청자들은 웃었고, ‘무한도전’식 기부는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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