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와의 협력 협정 체결 협상을 잠정 중단키로 선언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테판 퓔레 EU 확대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세르게이 아르부조프와 협력 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해 협상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전했다.
퓔레 위원은 “협정서에 서명하겠다는 우크라이나의 명확한 발표가 나온 뒤에야 협력 협정 체결 문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아르부조프 부총리에게 전달했다”면서 “아직 (이에 대한) 답이 없어 협상을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퓔레는 “(EU와의) 협력 협정과 관련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정부의 말과 행동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은 현실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연기한 것일 뿐이며 조만간 협정에 서명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도 러시아와 옛 소련권 관세동맹 가입 협상을 벌이는 등의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데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퓔레 위원과 아르부조프 부총리는 지난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협력 협정 체결 논의했다. 이는 지난달 21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이후 열린 첫 회동이었다.
EU 관계자들은 이날 퓔레 위원의 발언에 대해 “EU는 우크라이나가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로 인한 손실을 보상해 달라는 근거없는 요구를 포기할 때만 협정 체결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들은 “(러시아 등) 제3국과의 통상 관계 훼손으로 인한 손실은 EU와의 자유무역을 통한 전략적 전망과 비교할 때 단기적이고 사소한 요소일 뿐”이라면서 “우리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선물을 주는 것이며 (우크라이나의) 보상 요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 협상 중단을 발표하면서 협정 체결 이후 러시아 등 옛 소련권과의 통상 관계 훼손으로 우크라이나가 입게 될 손실을 EU 측이 충분히 보상해 주겠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비탈리 루키야넨코 우크라이나 총리 공보실장은 “우크라이나는 EU의 공식 발표에만 반응할 것”이라며 “아직 EU의 공식 입장은 협력 협정의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키야넨코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협력 협정 실현을 위한 조건과 관련한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이 방향으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EU와의 협력 협정 무산에 항의하는 야권의 대규모 군중집회가 이날 오후 키예프 시내 독립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는 ‘존엄의 날’로 불리며 수십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시위대는 지난 3주 이상 반정부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광장과 인근 거리를 가득 메운 집회 참가자들은 우크라이나 국기와 EU 깃발, 출신 도시 깃발 등을 들고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을 중단한 정부 결정을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