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녀는 괴롭다 했는가. 요즘 미녀들의 겨울은 따뜻하고 행복하다. 스포츠 스타들의 겨울은 더더욱 그렇다. 한겨울 혹한도 녹여버릴 훈훈한 마음을 지녔으니 당연하다. 차디찬 코트도, 꽁꽁 얼어버린 그라운드도 그녀들이 가는 곳에는 따뜻한 온정만이 있을 뿐이다. 실력과 미모, 훈훈한 마음까지 지닌 두 명의 미녀 스포츠 스타에게 사랑 나눔이 무엇인지 물었다.
◇빌더링 아동복지기금 김자인, 80m 벽 타고 1000만원 적립
지난 10월 4일 한 여성이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빌딩을 거침없이 오르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시민들은 탄성을 자아냈고 빌딩을 오르는 여성에 대해 궁금해했다. 아담한 키에 다부진 몸매로 빌딩을 오르는 여성. 그는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김자인(25·노스페이스)이다.
도심의 빌딩 벽을 타고 올라가는 이른바 ‘빌더링’을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중이다. 빌딩을 오르며 중간 중간에 설치된 특정 홀드(손으로 잡거나 발로 디딜 수 있는 인공 구조물)를 잡을 때마다 기부금을 적립하는 ‘사랑의 홀드’ 행사다. 80m가 넘는 높은 빌딩을 한 줄 로프에 의지해 올라가는 그의 몸놀림은 거침이 없었다. 약 35분 만에 정상에 도달한 김자인은 총 10개의 홀드를 잡아 아동복지기금 1000만원을 적립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가진 클라이밍이라는 재능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한 것이다.
김자인은 매달 아프리카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을 만큼 아동 복지에 관심이 많다. ‘아동 돕는 일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던 김자인은 스포츠클라이밍을 통해 아동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빌더링’은 그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이웃사랑 실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포츠클라이밍을 알리면서, 내가 가진 재능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고 싶었다”며 선행을 실천하는 이유를 전한 뒤, “내가 능력이 될 때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향후 선행을 이어갈 의사를 밝혔다.
◇모교에 장학금 김하늘, 상금 줄었어도 기부는 안줄여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지닌 소녀의 작은 손에 골프공 두 개가 쥐어졌다. 소녀는 모자를 눌러쓴 채 필드로 향했다. 소녀는 단 두 개의 골프공으로 18홀 라운드를 마쳤고,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소녀는 10년 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간판스타가 됐다. ‘미소천사’ 김하늘(25·KT)은 그렇게 탄생했다.
김하늘은 아직도 그때를 잊지 못한다. 그는 어린 시절 골프공 살 돈이 없어 단 두 개의 공으로 대회를 치러야 했다. “지금도 가끔 부모님이랑 그때 이야기를 한다. 그때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김하늘은 미소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음을 지녔다. 대회를 통해 벌어들인 돈의 일정액은 사회에 환원한다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많은 분들의 사랑을 통해 이룩한 성과인 만큼 조금이나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고 싶다”며 기부철학을 밝혔다.
김하늘은 2011년과 2012년 상금왕에 올랐지만, 올해는 단 1승에 그치며 상금랭킹 11위로 밀렸다. 그렇다고 기부를 멈추지는 않았다. 지난해 모교 건국대학교에 후배 양성기금 1500만원을 기탁한 그는 올해도 건국대 각종 행사에 참가해 재능기부를 실천했다. 또 이달에는 류현진(26·LA다저스)과 함께 유소년기금마련 자선골프대회에 참가, 재능기부 활동을 이어갔다.
김하늘은 “내가 가진 능력을 모든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며 향후에도 자선 활동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