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타이거 우즈(38·미국)의 귀환이다. 그러나 우즈는 올해 플레이 때마다 적지 않은 심리전을 펼쳐야 했다. 동반 플레이어가 아닌 캐디 때문이다.
올해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아담 스콧(33·호주)의 캐디는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우즈의 62승을 함께한 명캐디 스티브 윌리엄스(50·뉴질랜드)다.
스콧은 올해 마스터스를 비롯해 플레이오프 1차전 바클레이스에서 우승하며 상금랭킹 6위(489만2611달러·51억8600만원)에 올랐다. 세계랭킹은 2위(9.80)로 우즈(12.11)의 명성에 도전하고 있다. 그야말로 ‘윌리엄스 효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스콧의 행복은 우즈의 불행이었다. 윌리엄스는 2009년 우즈의 섹스 스캔들과 슬럼프로 인해 생긴 공백기에 스콧의 플레이를 도왔다 우즈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윌리엄스는 이후 스콧의 캐디를 전담했고, 마음 한편에 남아 있던 앙금을 좋은 성적으로써 되갚은 셈이 됐다.
윌리엄스는 스콧과 마스터스 우승을 합작 후 뉴질랜드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즈에게 독설을 내뱉는 등 우즈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유응열 SBS골프 해설위원은 “TV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선수와 캐디의 불편한 관계는 공공연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전문캐디가 늘면서 캐디의 역할도 막중해졌다. 멘탈 스포츠인 골프는 캐디로 인해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새로운 콤비로 쾌재를 부른 두 사람도 있다. 페덱스컵을 제패한 헨릭 스텐손(37·스웨덴)과 그의 캐디 가레스 로드다. 로드는 지난해까지 루크 도널드(36·잉글랜드)의 캐디였지만 올해부터 헨릭 스텐손의 캐디를 맡으며 잭팟을 터트렸다.
스텐손은 올해 미국과 유럽 투어를 통해 1200만 달러(126억7000만원)를, 페덱스컵과 레이스 투 두바이 우승 보너스로 1100만 달러(116억1000만원)를 벌었다. 미국에서 전문 캐디의 주급은 1000달러 수준으로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통상 10%)를 별도로 받는다.
크라우닝 송영군 이사는 “전문 캐디의 역할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선수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캐디의 역할이다. 캐디의 능력이 선수의 성적을 좌우하는 이유다. 그러나 선수 못지않게 캐디도 어떤 선수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서로의 궁합이 어떤 스포츠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