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6일 각 상임위원회별로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돌입했다. 하지만 정치 현안을 두고 여야 대치가 이어져 예산안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보건복지위원회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문제로 이틀째 파행을 빚었고, 국방위는 ‘박창신 규탄결의안’채택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전날 열리지 않은 상임위들은 27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예산안 예비심사 착수 첫날부터 일부 상임위의 파행과 정치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해 법정시한내 처리는 올해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다. 여야 간 정쟁으로 한달 가량 지각한 내년 예산안 심의로 한국판 셧다운(준예산 편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복지위는 야당 의원들이 문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며 회의에 불참해 개의조차 못하고 무산됐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 앞서 문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회의에 불참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회의장에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 복지위 간사인 이목희 의원은 “오늘 전체회의는 교섭단체 간사 간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소집됐다”면서 모레쯤 예산안 심사에 임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복지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의 복지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에 민주당이 예산심의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며 구태정치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위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의 ‘연평도 포격’ 발언과 관련한 국방위 차원의 규탄 결의문을 채택할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박 신부의 발언이 국가정체성을 뒤흔드는 것으로 안보상황을 부정하고, 국론분열의 우려가 있다며 규탄결의안 채택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발언의 부적절성은 인정하면서도 개인발언에 규탄 결의안 채택은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예산안 심사가 상임위 단계부터 난항을 겪으면서 다음달 16일까지 처리하는 게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여야가 정치 현안마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라 본심사에 돌입하면 공방이 격화될 거란 관측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확충을 위한 정부 정책에 초점을 맞춘 반면, 민주당은 ‘박근혜표’예산 삭감과 부자감세 철회법안을 통해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