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력 수요관리는 전기요금 현실화부터

입력 2013-11-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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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발호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최근 몇 년 동안 전력공급량이 부족한 가운데 전기 냉·난방 기기 사용은 계속 급증하면서 동·하절기마다 전력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면서 해마다 되풀이되는 동·하절기 전력수급 문제의 해소 방향을 발전소 건설보다 수요관리 측면에서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간 발전소와 송전망을 건설하는 등 전력공급 위주의 정책으로 전력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발전소, 송전망 건설은 환경문제와 국민 갈등 고조, 전력 공급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공급을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현재의 전력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전력 수요관리를 위해 정부가 펼친 그간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원가 회수가 안 되는 현행 요금체계를 개편하지 않고서는 실효성 있는 수요관리 방안을 찾기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요금은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유발하고, 효율이 낮은 에너지 사용을 오히려 늘리는 비합리적 에너지 사용을 야기한다. 또한, 고효율 전력기기의 시장 확산 및 개발 의지를 저해하고, 전력회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며, 전력 다소비 산업구조의 개선 유인을 저해할 뿐 아니라 공공재화에 대한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 수요관리 방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합리적 전력가격 체계의 구축이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인 전기요금 수준이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상당히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은 선진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에너지 소비효율을 고려하기보다 값싼 에너지원을 소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왜곡된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사용자에게 올바른 가격 시그널을 제시하고, 전기로 집중되고 있는 에너지 소비를 자연스럽게 다른 에너지원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강제적이거나 선량한 애국심에 호소하는 관치적 방안은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지지를 얻기 어렵다. 아울러, 현재 시행하거나 추진을 검토 중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목표관리제 및 배출권거래제도(ETS) 등으로 인한 공급비용 증가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할 경우 전력회사의 재무구조 악화뿐만 아니라, 관련 정책 추진 원동력의 상실까지도 우려된다.

수요관리 정책 간의 상하 충돌, 선후 충돌, 이해당사자 간 충돌 등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가장 유효한 방안은 ‘전기요금 현실화’다. 가격 현실화는 수요관리사업자 활성화와 스마트그리드 확산, 이에 수반한 신재생에너지와 집단에너지 등 분산형 전원 확산 등의 합리성 및 비용 효율성 제고에도 한몫할 것으로 기대한다.

물가나 여론을 우려한 가격 억제 정책으로부터 탈피해 자원의 희소성을 인정하고 이를 가격에 적절하게 반영하는 ‘전기요금 현실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당장의 불편과 불만보다 미래의 안정적이고 편리한 생활을 위한 작은 양보와 선택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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