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통신사 KT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석채 전 회장의 사퇴와는 별개로 거대 공룡 기업 KT가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조 단위 부실 규모와 신성장동력을 찾는 데 실패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재계 11위, 자산총계 34조 원, 매년 3조 원을 ICT 분야 설비 투자비로 쏟아붓는 KT의 위기는 재계 전체는 물론 정보통신산업계 성장동력 측면에서 막대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곪아 터진 거대공룡 기업 KT의 심각한 위기를 3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주>
지난 12일 이석채 전 KT 회장이 사퇴함에 따라 5년간 이어진 KT 이석채 호가 막을 내렸다.
청와대 외압설과 압수수색이라는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KT는 매출 추이, 성장세, 투자 여력 등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성장세는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현금보유액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설상가상 차입 규모가 조 단위를 넘어서며 심각한 동맥경화 증세를 보이고 있다.
유선전화를 포함해 매년 매출이 4000억 원씩 뚝뚝 떨어져 나가고 영업이익은 갈수록 줄어, KT가 이제 성장동력의 활기를 잃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석채 전 회장은 2009년 취임 이후 KTF와의 합병을 통해 유선 사업의 매출 감소를 극복하며 이동통신시장 강자의 위치를 유지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폰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 국내 모바일시장에서 아이폰 돌풍을 일으키며 혁신을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공룡 기업’이란 이미지를 혁신과 변화하는 기업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끝내 물거품이 됐다.
◇ 방만 경영의 실체, 5년간 KT 계열사 30개에서 52개로…“렌터카 회사부터 경영자문까지”
오히려 이석채로 5년은 거대기업 KT가 속으로 곪아 이제는 자칫하면 성장동력의 날개를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매년 수천억 원씩 감소하는 매출감소세를 극복하기 위한 무차별적 비통 신사업 진출이다. 잇따른 기업인수합병이 결정적으로 KT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 이석채로 출범 이전 30개사에 이르던 자회사 수는 무려 52개사로 급증, 인수합병에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된 바 있다.
문제는 통신이라는 주력 업종과 시너지효과가 전혀 없는 비통 신분야에 무차별적으로 진출했다는 점이다.
이석채 호는 부동산관리, 상가분양대행업(KD리빙), 케이티 자동차 리스(차량 시설 대여업), 케이티 대여 오토매틱 보살핌(자동차전문수리업), 이니텍스마트로홀딩스(경영상담업) 등 통신과는 전혀 무관한 비통 신분야 기업을 무차별적으로 인수합병, 혹은 투자에 나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더 큰 문제는 신용카드(BC카드), 금융업(KT 캐피탈, 뱅가드 사모투자) 등 일부 시너지가 나는 업종 진출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소프트웨어개발(소프닉스), 정보통신서비스 유지보수(KT디에스), 시스템통합(KT에스비데이터서비스), 광고대행사 등 협력사 형태로 운영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업종까지 굳이 인수하거나, 자회사로 투자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석채 전 회장이 비통 신분야 회사를 무차별적으로 인수·합병하고 투자한 대목에 대해 자금 흐름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을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경영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지만 비통 신분야 및 협력업종에 대한 진출은 KT의 자금력을 고갈시킨 주범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매출은 격감, 구조조정은 뒷전, 인건비는 경쟁사의 몇 배 수준
이석채 호가 계열사를 늘리는 사이 주력 사업자인 통신부문 실적은 매년 하락했다. 올 3분기 KT 통신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급감했다. 가입자당 매출액(ARPU) 역시 3만 1332원으로 전 분기보다 0.9% 감소했다. 이는 SK텔레콤(3만 4909원), LG유플러스(3만 4495원)보다 적은 것이다.
KT는 지난 9월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1.8GHz 주파수를 확보해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이런 경영지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반면 KT 직원 수는 경쟁사보다 4~7배가 많은 3만 1000명 수준으로 연 인건비만 2조 원을 넘고 있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보다 인건비만 연간 1조 5000억 원이 더 많다.
◇독단적 경영과 추진동력 잃은 날개
이석채 전 회장의 독단경영은 비단 계열사 인수합병에만 그친 게 아니다. 정치권 인사를 대거 영입하고, 자기 사람 챙기기에 급급하면서 KT 핵심사업부는 모조리 외인부대가 차지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성장동력을 발굴, 지속적 성장엔진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이석채 호는 자기 사람 챙기기와 무차별적 인수합병으로 조 단위가 넘는 차입경영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KT는 유·무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와이브로, 인터넷TV(IPTV)를 아우르면서 자산 34조 1293억 원, 연 매출 24조 원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KT는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KT 측은 르완다 사업의 경우 LTE망 구축 후 25년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이 사업에 대해 1,000억 원대가 넘는 투자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독단적 경영은 결국 이 전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말 이 전 회장을 스마트애드몰사업, OIC 언어 비주얼 사업, 사이버 MBA 사업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또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회사와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추가 고발하기까지 했다. 이를 계기로 검찰은 KT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KT가 독단 방만 경영으로 성장엔진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