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최고경영진(CEO) 보수 수준이 일반직원의 20~26배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금융지주사 22배, 은행 34.5배, 금융투자사 20배, 보험 26배 수준으로 은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 일부 금융사 CEO는 연봉과 배당금으로 136억원이나 챙긴 것으로 확인되는 등 금융권 연봉 산정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이에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실적과 크게 관계 없이 고액의 성과보수를 받고 있는 금융사 CEO 보수에 대해 실태조사와 함께 시정을 촉구했다.
13일 금감원에 따르면 CEO 성과보수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금융지주사 10개, 은행 18개, 금융투자사 12개, 보험사 25개를 대상으로 성과보수 현황 및 모범규준 이행실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지난해 모범규준 점검대상 금융회사 CEO의 연평균 보수(고정급·단기 및 장기 성과급을 연환산 기준으로 합산)는 금융지주사 약 15억원, 은행 10억원, 금융투자사 11억원, 보험사 1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총보수액이 10억원을 고액 연봉을 받는 28개 금융사를 기준으로는 금융지주사 약 21억원, 은행 18억원, 금융투자사 16억원, 보험사 20억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성과급 비중이 훨씬 높았다. 성과급 지급을 위한 성과 평가 시 비계량지표 반영 비율도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컸다. 금융지주사와 은행 CEO의 연봉이 주먹구구식으로 책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부 금융사에서는 근로기준법 기준을 초과해 특별 퇴직금을 지급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35억원, 김종열 전 사장은 20억원을 챙겼다. 박종원 코리안리 부회장은 15년간 CEO로 재직한 덕분이기는 하지만 173억원을 특별 퇴직금으로 받았다.
경영 실적이 좋으면 금융사 CEO 연봉이 늘면서 실적이 나쁘면 줄지 않는 모순도 벌어졌다. 코리안리 사장은 영업 실적과 무관하게 27억원을 전액 고정급으로 받았다.
성과보상위원회가 명확한 근거도 없이 평가등급을 상향 조정한 예도 있고 일부 CEO는 성과 보수를 여러 곳에서 중복해 받기도 했다. 조정호 전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금융지주사 11억원, 증권사 28억원, 보험사 50억원 등 총 89억원을 받고 47억원의 배당금까지 챙겼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성과보수 체계는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면서 "권역별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든지 모임을 통해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개선방안을 자율적으로 논의하고 합리적으로 고쳐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은 현장검사 등을 통해 불합리한 성과보수 체계 개선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 및 지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