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와의 연장, 사실 두렵지 않았다.”
10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최유림(23·고려신용정보)의 말이다.
최유림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배짱 있는 답변으로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장하나(21·KT), 김세영(20·미래에셋), 김효주(18·롯데)로 대표되는 올 시즌 KLPGA투어에 새로운 강자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번 우승을 놓고 ‘깜작 우승’이라고 말할 사람은 거의 없다. 이미 예고된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4년째 최유림의 코치를 맡고 있는 안주환(42)씨는 그를 ‘영리한 선수’라고 말한다. “어떤 코치라도 좋아할 만한 선수다.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응용한다. 가르치는 재미가 느껴진다”고 칭찬했다.
실제로 그의 플레이는 센스 있다. 드라이버샷보다 쇼트게임이 장기였던 그는 올해 체력훈련을 통해 20야드 이상 거리를 늘렸다. 지금은 드라이버샷을 무기로 게임을 풀어간다. 특히 흐트러지는 법이 없는 집중력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장하나와의 연장 혈투에서 강한 집중력을 발휘할 정도로 강자에게 더욱더 강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에 입문, 2009년과 2010년 KLPGA 드림투어를 통해 2011년부터 정규투어에 입성한 최유림은 지난해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 7위 등 상금랭킹 39위에 만족했다. 그러나 올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5위, 넵스 마스터피스 2위 등 19개 대회에 출전해 6개 대회에서 ‘톱10’에 진입하며 상금랭킹 6위(3억5154만원)로 점프했다.
이처럼 올 시즌 보여준 일취월장 뒤에는 그만의 피나는 노력이 있다. 그는 운동 못지않게 학업에도 충실했다. 고교 시절은 물론 대학 때도 수업을 빼먹는 일이 거의 없었다. 성적도 우수해 장학금을 놓치는 일이 없었다.
올해 경희대학교 골프산업학과를 졸업한 최유림이 날개를 단 이유가 그것이다. 졸업과 동시에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유림은 “내가 이렇게 큰 선수가 될 줄 몰랐다”며 “올해는 운동에만 전념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고 전했다.
안 코치는 “올해 들어 우승은 없었지만 계속해서 우승권을 맴돌았다”며 “언제 우승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선수였다. 그 결실을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거뒀다”고 말했다.
이제 최유림에게는 더 큰 목표가 생겼다. 장하나, 김세영, 김효주로 대표되는 KLPGA투어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이후 국내 무대에서 정상을 찍고 교편을 잡고 싶다는 게 그의 소박한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