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민들은 지난 7일 이마트 용산점을 찾아 직접 재배한 배추·감자 등을 판매했다. 이마트는 ‘대풍에 어려운 농민 돕기 산지직송전’을 통해 배추 20만통을 1망(3포기) 3980원, 무 20만개를 1개당 1280원, 감자 200톤을 2kg당 3280원에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급락해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농산물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배추(10kg, 특)의 경우 소비자가격이 39.2% 떨어졌고, 8월 초순 계약재배 농가 기준 평당 5500원 수준이던 산지 시세는 현재 3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농협 하나로클럽·마트는 배추 생산농가를 돕기 위한 ‘한 가정 김장 2포기 더 담그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다음달 15일까지 ‘우리농산물 김장 대잔치’가 열리는 하나로클럽·마트에서는 다발무 1단 2650원, 양파 5kg 5150원, 멸치액젓 5kg 1만1000원 등 김장재료 50여 품목을 최대 반값으로 할인한다. 특히 배추를 사면 6망당 1망(3포기)을 무료로 증정하고, 고객이 구입한 금액의 3%를 별도로 모아 연말에 어려운 이웃에게 김장김치로 전달한다.
농산물 가공식품을 활성화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롯데마트는 풍년을 맞은 겨울 채소 중 상대적으로 가공이 쉬운 마늘·양파 15톤을 선매입해 만든 제품을 판매한다. 흑마늘 진액 30포(80㎖) 1만8800원, 양파즙 30포(110㎖) 1만4800원으로 시중가보다 30% 가량 저렴하다.
롯데마트는 또 단위 농협과 직거래하는 방법으로 유통 과정을 축소해 판매 가격을 낮춘 ‘채소 소비 촉진’ 행사를 통해 배추 1망(3포기) 3980원, 양파 5kg 7000원, 감자 10kg 1만원 등을 준비했다.
우영문 롯데마트 채소팀장은 “풍년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유통업체도 동반자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직거래로 유통비용을 낮춰 소비를 촉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우수 농산물 가공식품의 판로 확대를 지원하는 등 풍년의 역설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통가 밖에서도 기업들의 자발적인 농민 돕기가 이어지고 있다. NH생명은 감귤 10만 상자를 사들여 하나로마트를 통해 3000원 저렴하게 판매한다. 삼성그룹은 김장나눔 행사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했으며, 제화업체 안토니는 배추 1만 상자를 시민들에게 나눠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