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컨슈머
'한국판 컨슈머리포트'로 불리는 스마트컨슈머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스마트컨슈머는 11일 21개 '블랙박스'의 성능을 비교 분석한 11번째 리포트를 발표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리포트가 발표가 되자마자 리포트에서 언급한 블랙박스 회사들은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장악하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상업적 의도가 배제된 정보 제공을 통해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스마트컨슈머의 의도가 제대로 통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스마트컨슈머의 평가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한 제품의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0월 스마트컨슈머에서 추천했던 동양매직 식기세척기의 경우 리포트가 발표된 뒤 매출이 7배가 치솟았으며 아가방앤컴퍼니의 닥터브라운 젖병도 리포트 발표 전에 비해 매출이 20% 가량 상승했다.
이처럼 스마트컨슈머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비판의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평가 대상 상품 선정의 공정성, 평가 기준의 적절성, 평가 과정의 효율성 등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스마트컨슈머의 발표에 해당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스마트컨슈머가 지난달 발암 청바지로 발표한 베이직하우스 청바지만 하더라도 스마트컨슈머의 발표에 "아릴아민이 검출된 것으로 발표된 청바지 제품은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의 테스트를 거친 원단을 사용한 제품으로, KATRI 테스트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며 주장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일단 예산 부족이 가장 큰 문제이다. 스마트컨슈모의 연간 예산은 10억원 정도로 알려져있다. 이 정도 액수로는 전문적인 실험과 평가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 스마트컨슈머가 벤치마킹한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경우 자동차 평가에만 매년 2100만달러(234억원)를 쓰고 있다.
컨슈머리포트가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유료고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슈머 리포트의 연 구독료는 26달러로, 유료 구독자만 720만 명에 이른다.
이렇게 확보된 예산으로 컨슈머리포트는 대규모 자체 실험시설을 갖추는 등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시장에서 먼저 인정하고 있다. 스티브잡스가 아이폰4에 수신불량이 있다는 컨슈머리포트의 평가에 휴가 중에도 돌아와서 대책을 마련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
또 지난 2001년에는 컨슈머리포트가 미쓰비시의 SUV 모델 몬테로의 결함을 지적하자 이 차의 판매가 60% 줄었다.
그러나 스마트컨슈머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체 운영을 이끌고 있어 예산을 늘리기는 쉽지않다. 한국판 '컨슈머리포트'를 표방했지만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스마트컨슈머의 경우 태생적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