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의 병세 호전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먼저 알아차렸다. 9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연준·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발언 이후 글로벌 자금이 빠르게 신흥국에서 빠져나와 선진국으로 향하고 있다. 실제 미국 주식형으로 최근 일주일간 115억 달러가 유입되며 전주 106억 달러보다 늘었다. 7월 이후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서유럽펀드는 50억달러가 들어와 2007년 이후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그러나 환호의 뒷면에는 늘 고민이 뒤따른다. ‘올랐으니 팔까?’, ‘지금 가입해도 늦지 않으려나?’로 압축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 조금 더 참고, 지금 당장 움직여라’다.
우선 선진국 펀드 전망에 앞서 미국과 유럽의 경기 상황부터 짚어보자. 미국 자산가격의 방향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 등 잠재적 이벤트 속에서 경제 펀더멘털이 얼마나 견조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폐쇄(셧다운)로 각종 지표들이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경기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4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은 0.5%포인트 전후 축소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양적완화 유지 결정이 높아진 금리에 적응할 시간을 벌어줘 셧다운에 따른 경기지표 부진은 길게 가지 않을 전망”이라며 “유럽 역시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활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경기지표 부진은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지연시키는 호재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동수 한맥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개시 시기는 내년 3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주식의 높은 밸류에이션(PER 15.8배)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도 있다. 실제 미국기업들의 매출액 상승률(Growth)은 주가 상승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펀더멘털 개선 추세를 감안하면 현재 밸류에이션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말한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 개선 추세와 성장이 단기간이 아닌 수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인수합병(M&A) 등의 모멘텀을 통해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을 상쇄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전망”이라며 “미국 위험자산에 대한 매력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유럽 역시 체감 경기 개선이 지속되고 있고 소비 심리도 재정위기국 중심으로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유로존 소비회복 조짐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진은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실업률과 열악한 고용여건 때문에 소비를 빨리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유로존 소비자들이 다시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며 “특히 소비 심리는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 재정위기 우려가 컸던 국가들을 중심으로 반등 폭이 컸다”고 말했다.
선진국만 놓고 본다면 유럽이 조금 더 매력적이다.
오유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인해 당분간 자금은 유럽 쪽으로 빠르게 이동할 전망”이라며 “그중에서도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경기부양책이 성과를 내고 있는 영국과 구조개혁을 통해 빠른 회복이 진행되고 있는 아일랜드, 스페인의 자산이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펀드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선진국 펀드에 가입하라고 조언한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측면에서 4분기 상대적인 주가 강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유럽펀드에 대한 투자의견을 한 단계 상향 조정한다”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