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 위치한 보스턴대학교에서 열린 ‘홈플러스 데이’ 행사가 끝난 후 이승한 회장을 따로 만났다.
“마지막 꿈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한국식 경영방식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회장은 “정치에 입문하라는 권유도 받았었지만 절대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보다는 “피터 드러커와 같은 경영학의 대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5월 14년간 땀을 쏟았던 홈플러스 대표직에서 퇴임하면서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한국의 경영이론은 아직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지 못했다”며 “동서양 경영문화의 장단점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영이론을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5개월이 지나 미국에서 다시 만난 이승한 회장은 자신의 마지막 꿈에 한 발짝 더 가깝게 가 있었다. 이날 이 회장은 홈플러스에서의 14년 경험이 오롯이 담겨있는 리더십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담긴 경영이론을 설파했다.
이 회장은 “서양의 리더십은 행동을 우선시하는 ‘두잉(Doing) 리더십’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는 성과에만 치우칠 수 있다”며 “리더의 덕목으로 인성 중심의 ‘비잉(Being)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성과 중심의 리더십만으로는 지속 경영에 한계가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비잉 리더십으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성과와 목표에만 집중돼 있던 경영학 이론을 사람 중심으로 풀어내는 이 회장의 방식에 경영학 석학들은 창의적 해석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가 펼쳐온 CSR 활동의 창의적 발상에 대해서도 관심은 이어졌다. Globa-COIN(CSR Open Innovation Network) 의장인 짐 포스트 보스턴대 경영대학 교수는 그의 CSR 활동에 대해 “홈플러스의 사회공헌 모델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개발하기에 충분한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며 “의식있는 기업의 책임론(Conscious Corporate Responsibility)을 주창하는 이 회장의 생각은 선구적이며 매우 창의적인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의 이론은 당장 내년부터 보스턴대 경영대학 교과과정에 반영된다. 보스턴대 경영대학 케네스 프리먼 학장은 “홈플러스의 사례는 미국의 기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유한 사례로 글로벌 교과과정으로 만들기에 아주 적합했다”고 말했다.
보스턴에서 인정받은 이승한식 경영이론은 이제 세계를 향한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제조업에 세계 최고 수준의 상품이 많은 것처럼, 경영이론과 사회공헌 그리고 인재양성 분야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만들어 국격을 높일 수 있다”며 “한국의 고유한 경영이론과 실제를 제3세계와 선진국에도 수출해 ‘케이-에듀(K-edu)’의 장을 여는 불씨를 지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