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논란이 일고 있는 국민검사청구제도는 과연 무엇일까? 국민검사청구제도는 올해 5월 시행된 제도로, 감사원의 국민감사청구제도와 유사한 제도다. 즉 금융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보면 200명 이상의 피해자가 금융감독원에 해당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등을 촉구하는 제도다. 이러한 청구가 제기되면 금융감독원은 심의위원회 등을 열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검사에 착수하게 된다. 다만 주목할 점은 200명 이상의 피해자 연서 등 엄격한 절차적 요건은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이처럼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는 것은 이 제도의 남용을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 또한 청구서의 형식이 마치 소장처럼 청구 취지와 청구 원인을 기재토록 규정하고 있으며 증거자료도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등에 들어가 보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없고, 관련 규정을 검색하려고 검색어에 ‘국민검사청구’라고 입력해도 아무런 자료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제도의 실제 운용에 대해 살펴보면 그간 5개월이 지나도록 두 번 청구가 있었을 뿐이다. 그중 첫 번째 청구는 금융기관의 CD금리 담합에 대한 청구였으나 기각됐고, 이번 청구는 다행스럽게 금융감독원이 수용한 것이다.
이와 같이 국민검사청구제도는 일단 좋은 제도로 보이나, 한편으로는 다소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이 제도의 절차 규정과 운용과정에서 해당기관이 공공행정 서비스 제공자라기보다는 행정편의적 권력기관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가 특정 금융기관에서 위법한 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으므로 이에 대한 구제를 금융소비자가 요청하는 제도는 아무리 단순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인데, 왜 이렇게 절차가 엄격하고 복잡한 것일까? 마치 국민검사청구를 위한 절차 규정이 마치 법원의 집단소송 소장을 접수하는 것처럼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규정하는 것은 다소 주객이 전도된 느낌마저 든다. 물론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는 점이 있다. 검사를 핑계로 정상적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도록 남발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금융감독원이라는 자기정체성에 비춰 보면 다소 의문이 든다. 공공행정의 서비스 제공자라면, 국민검사청구에 200명 이상의 피해자 연서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위법사항에 대한 주장과 간단한 소명자료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본다. 금융관리당국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위법 의혹에 대해 금융소비자가 공식 절차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므로, 어느 정도의 소명만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차제에 금융감독원을 포함한 모든 공공서비스 제공자의 자기정체성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장책 확보라는 측면에서 접근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언론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관심과 여론이 좀더 집중돼야 한다. 또한 차제에 국민검사청구제도는 단순히 검사 절차 착수보다는 이를 통해 손해를 입은 금융소비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구제 방안에 대해 좀더 고민해 그 구체적인 방안이 반영돼야 한다. 다시 말하면 실효성 있는 국민검사청구가 제도적으로 정착하려면, 이 청구가 들어오면 금융감독원으로서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질적 기초조사 절차 등을 자동으로 진행토록 하고, 나아가 좀더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를 위한 절차규정이 별도로 강구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국민검사청구라는 민원 절차가 복잡하고, 실효성도 없는 생색 내기용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좀더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발전적인 제도적 정비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