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바꾼 리더십]박용만 회장 ‘변화·소통·인재 경영’… 117년 두산 바꿨다

입력 2013-10-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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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두려워 않고 시대흐름 읽어…팀플레이로 조직 의사 결정 유도

“두산에는 ‘숙원사업’이란 것이 없다. 잘나가던 OB맥주를 판다고 했을 때 ‘두산의 얼굴인데, 두산의 역사인데…’라며 많은 분이 걱정했지만, 수익성이라는 유일한 척도로 과감하게 팔았다.” (2011년 4월 한양대 글로벌 CEO 포럼 강연)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당시 핵심이던 주류 사업을 접은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의 선택으로 두산그룹은 소비재 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 강국을 선도하는 중공업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한다. 그 결과 지난 2000년 4조500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4조6000억원으로 불과 10년 새 5배 넘게 성장했다.

박 회장의 평소 소신이 두산그룹의 DNA를 완전히 바꿔 놓은 셈. 박 회장은 변화 외에도 소통의 달인으로 인재를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17건의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며 냉철한 승부사로, 때로는 허심탄회한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활동을 하는 소통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박 회장은 지난해 4월 두산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인재중심 경영을 선포했다.

박 회장은 취임식에서 “기업문화를 발현하고 뿌리내리는 것은 사람이므로 ‘사람이 미래’라는 전략은 더욱 역동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사람을 키우는 전략의 중심에 따듯한 성과주의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 소통, 인재중심이라는 그의 DNA가 117년 국내 최장수 기업인 두산그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DNA= 박 회장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읽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성역 없는 의사결정과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두산그룹을 외풍의 소용돌이에서 굳건히 지켜냈다.

1990년대 초고속 성장과 IMF 경제위기가 함께 불어닥치면서 내실이 견고하지 못했던 국내 기업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당시 두산그룹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읽고 공격적 경영을 단행한다. 두산의 변신 중심에는 박용만 회장이 있었다. 박 회장은 MBA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외환은행에서 근무했다. 이후 1983년 두산건설 사원으로 입사해 두산음료, 두산식품, 두산동아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1995년 두산그룹 기획조정실장(부사장)으로 임명되면서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시작한다.

박 회장은 당시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되자마자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하고 파격적 행보를 시작한다. 당시 두산그룹의 주요 사업이던 OB맥주를 시작으로 보유 자산을 매각했다. 탄탄하게 재무구조를 쌓은 두산그룹은 1997년 IMF 상황에서 위축되기보단 공격적 경영을 펼치며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두산그룹은 보유하고 있던 현금성 자산을 통해 헐값에 나온 기업들을 연이어 인수한다.

특히 박 회장은 1998년부터 M&A 시장에 나온 여러 기업 중 중공업 관련 기업 인수에 심혈을 기울였다.

1995년부터 13개 주력 사업을 매각한 두산은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로 대표적 소비재 기업인 두산을 인프라지원 사업(ISB) 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

박 회장은 “모든 사업부문을 완벽하게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보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중요한 분야에 집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격이 없는 합리적 소통의 DNA= “먼저 현장을 둘러보고 난 뒤 정책 방향을 잡겠다.”

지난 8월 21일 대한상의 회장 취임식에서 만난 박 회장의 첫 마디였다. 앞으로 대한상의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말한 것.

소통의 달인다운 대답이다. 지방상공인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수렴한 뒤 전체적인 정책 방향을 잡겠다는 생각이다.

박 회장은 최근 대한상의 임원급 회의에서 ‘스무고개’ 토론을 제안해 이목을 끌었다. 직급이나 팀과 관계없이 스무고개를 하듯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하며 토론의 합리적 결과를 도출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그의 소통 DNA가 비교적 보수적인 이미지로 굳어진 대한상의에 신선한 회의 방식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박 회장은 사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팀플레이 리더십’도 강조한다. 실제로 두산의 의사결정은 팀플레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직원 간 소통을 통한 팀플레이 조직문화가 자리 잡도록 노력하고 있다. 박 회장은 평소 “기업의 의사결정은 여건, 자원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도달하는 결론이며 리더는 모든 고려 요소가 투명하게 상하 없이 논의되고 그동안 조직이 쌓아온 경험과 역량이 신속히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란 지론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박 회장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한 격이 없는 소통으로 유명하다. 현재 트위터에서는 박 회장의 트위터를 팔로잉하는 네티즌은 16만여명에 달한다. 젊은 세대들과의 소통을 통해 국내 기업인들에 대한 경직된 이미지를 깼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인재를 중시하는 DNA= 사람을 중시하는 인재 경영은 박 회장을 대표하는 또 다른 언어다. 박 회장은 지난해 4월 두산그룹 회장 취임식에서 인재육성을 위한 나름의 신념과 청사진을 빼놓지 않았다.

박 회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인적자원 육성은 업무를 통해 이뤄지는데, 업무 과정에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쌓이고 이것이 지식으로 변한다”며 “이 선순환적 사이클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이 독려하고 투자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평소 인재를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산그룹의 입사채용 설명회에 직접 대학 강단에 나서며 두산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는 ‘인재 육성’에 초점을 둔 새로운 인재 선출 방식을 내놨다.

점수보다는 개개인의 강점과 약점을 중점으로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 사실상 서열식 인사고과제도를 없앤 파격적인 제도다. 그간 두산이 강조해오던 ‘사람’을 더욱 강조한 조치다.

박 회장은 지난 6월 3일 인재 육성에 대한 철학을 반영한 ‘신인사제도’를 발표했다. 인사 대상자별로 점수를 매겨 석차순으로 서열화했던 것을 폐지한 게 핵심이다. 대신 개인별 역량 육성에 초점을 두고 평가와 보상을 시행키로 했다. 박 회장의 신인사제도는 창업주인 박두병 회장의 ‘사람 중심’ 경영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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