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7박8일간의 러시아·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11일 오전 10시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전용기편을 통해 귀국길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첫 다자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베트남 국빈방문을 통해 세일즈외교에 방점을 찍었다.
우선 박 대통령은 미국의 출구전략과 시리아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된 G20 무대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의 입장을 조율하는 가교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박 대통령은 “선진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때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신중해야 한다”고 설파했고, 이는 G20 정상들 간 ‘점진적 출구전략과 국제공조’라는 합의에 이르게 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근혜노믹스’로 대표되는 창조경제와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도 전 세계에 알렸다.
또 이탈리와 독일, 카자흐스탄, 러시아 정상과 차례로 영자회담을 갖고 ‘세일즈 외교’에 주력했으며,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등과도 비공식 만남을 가져 교분을 쌓았다.
이어 박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로선 처음으로 베트남을 국빈방문, 국가 권력서열 1∼4위 지도자들과 잇따라 회동하는 특급대우 속에서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박 대통령은 쯔엉 떤 상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내년 중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FTA 체결을 목표로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현재 200억 달러 수준인 교역량을 오는 2020년까지 700억 달러까지 늘린다는 게 양국의 목표다.
1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베트남의 원전개발 사업권을 따는 데 한 걸음 성큼 다가선 것도 적지 않은 성과로 꼽힌다. 베트남 국회의 승인 절차 등 복잡한 절차가 많지만 쯔엉 떤 상 주석은 “한국의 원전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지하 석유 비축 사업 등 에너지인프라 사업에 한국기업이 참여하는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에도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베트남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호찌민시를 방문한 자리에선 우리진출 기업의 ‘손톱 밑 가시 뽑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박 대통령은 레 탄 하이 당서기와 레 황 꾸언 시장이 공동주최한 오찬에 참석해 △외국인 근로자 채용조건 완화 △베트남 진출기업의 추가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독립 회계감사 시스템 도입 △복잡한 건설관련 법규 정비 등 4가지를 건의,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적극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이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게 여야를 떠난 정치권의 평가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한편 박 대통령의 귀국으로 국정 정상화의 물꼬가 트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순방 성과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여야 지도부와 만나는 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으로선 현재의 대치정국을 푸는 해법이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어떤 식으로든 회담을 성사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담 의제는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민생현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논의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여야 지도부 회동과 관련해 계획을 세운 것은 없다”면서도 “민주당이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생각을 갖고 다가온다면 언제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