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이 장기간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생존모드에 돌입했다. △국내 공공발주 급감 △해외 정유화학 플랜트 경쟁심화 △수익성 문제 등의 삼중고를 겪으면서 근본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단순 건설(Construction)을 넘어서 엔지니어링(Engineering)과 조달(Procurement)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고 나아가 사전타당성 검토(F/S)에서 관리운영(O&M)까지 밸류체인(Value Chain)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IT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융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중동과 동남아 등에 편중된 시장을 다각화하려는 노력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건설업의 변화와 혁신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삼성물산이다. 불과 5년 전인 2009년 삼성물산의 연간 해외수주는 15억7000만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분야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정연주 부회장 취임 이후 삼성물산은 ‘글로벌 초일류 건설회사’라는 비전을 세우고 혁신을 지속해 왔다.
삼성물산은 7월 말 총 19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Riyadh Metro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불과 7개월 만에 총 해외수주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수치는 대한민국 전체 건설사가 7월까지 수주한 전체 해외수주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후에도 삼성물산은 영국 Mersey gateway 프로젝트, 터키 키리칼레 민자발전, 터키 가즈엔텝 헬스케어 등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대부분이 올해 안에 계약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연간 최고 해외수주 기록을 새롭게 경신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불과 3년6개월 만에 삼성물산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면모를 다진 셈이다.
삼성물산의 도약은 지난 2010년 부임한 정연주 부회장의 혁신 드라이브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에 편중된 포트폴리오와 단순 시공 중심의 사업구조로는 생존 자체가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단순시공에서 EPC, F/S, O&M까지 밸류체인 확장에 힘썼다.
여기에 통합과 융합을 통해 마이닝 패키지, 헬스케어, 도시개발 등의 신성장동력 육성에도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기술과 소프트 역량 확보에도 지속적으로 매진했다. 발전설계 역량 확보를 위해 미국의 발전설계 전문업체인 S&L사와 기술제휴를 맺었고 올해에는 영국의 권위 있는 LNG터미널 전문 설계업체인 웨소를 인수하기도 있다.
이같은 노력은 올해 들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다양한 상품과 분야의 융합을 통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 삼성물산은 자원개발과 연계된 인프라 패키지 수주, 병원의 기획에서 시공, 운영까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등에서 성과가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초에는 호주에서 철광석 광산인 로이힐 광산과 연계된 처리플랜트와 철도, 항만을 건설하는 56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해 마이닝 패키지 개척 노력이 성과를 얻었다.
EPC 외에 파이낸싱과 관리운영 역량을 요구하는 민자발전(IPP)/민관협력(PPP) 등에서도 국내 건설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가격보다는 디자인빌드 등 기술력과 공사수행역량, 글로벌 건설사 및 고객과의 파트너십이 필수적인 메가 프로젝트에서도 삼성물산은 단연 앞서가고 있다.
시장개척 노력도 두드러지고 있다. 기존의 UAE와 싱가포르 중심의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지난해 홍콩과 몽골, 인도네시아, 카타르 등으로 새롭게 시장을 넓힌 데 이어 올해에도 카타르와 호주, 영국, 모로코 등 선진국과 아프리카까지 진출, 글로벌 플레이어로의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정연주 부회장은 “현재 건설업이 위기의 순간이라고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건설업이 창조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핵심 분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