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선이 7일(현지시간) 치러진 가운데 토니 애벗 자유당 대표가 이끄는 보수 야당연합이 6년 만에 정권을 재탈환하게 됐다고 CNN이 보도했다.
보수 야당연합은 이날 케빈 러드 총리의 집권 노동당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앞서 야당연합은 노동당의 핵심 정책이던 탄소세와 광산세 폐지·군대를 동원한 해상 난민 봉쇄·대외원조 예산을 비롯한 정부 지출의 대폭적 삭감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호주에 급격한 보수화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는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당연합은 총 150석에 달하는 하원의석 중 과반을 훨씬 넘는 90석 안팎을 획득해 50~58석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노동당에 압승을 거뒀다.
최종 개표 결과는 이날 자정 전후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30석 이상 차이 나는 이 같은 결과는 1996년 총선에서 존 하워드가 이끄는 자유당이 당시 집권당이던 폴 키팅 총리의 노동당을 94대49라는 압도적 차이로 꺾고 정권 탈환에 성공한 것에 견줄 만하다.
스카이뉴스가 여론조사기관 뉴스폴과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야당연합과 노동당의 의석은 각각 97석과 51석으로 예상됐으나 개표 결과 격차가 줄었다.
노동당은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해 저조한 지지율에 시달리던 줄리아 길라드 전 총리를 당 대표에서 쫓아내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러드를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했으나 기울어진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호주 유권자들은 노동당의 복지·경제정책 난맥상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와 난민정책 실패로 인한 불법 난민 수 급증, 노동당 내부의 과도한 정쟁 등에 염증을 느껴 정권교체 카드를 선택했다는 평가다.
봅 호크 전 총리는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 결과는 야당연합의 승리라기보다는 (노동당) 정부의 패배”라며 “여러 정황들을 보면 유권자들이 애벗 대표를 추종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 유권자들이 야당연합이나 애벗 대표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노동당 정권에 실망과 염증을 느껴 야당에 표를 던졌다는 얘기다.
러드 총리는 이날 지역구인 퀸즐랜드주 그리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배를 인정한다”면서 “애벗 대표가 총리로서 성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러드 총리는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동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애벗 대표는 시드니 포시즌 호텔에서 연 승리 선언 기자회견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겠다”면서 “공약했던 대로 탄소세를 폐지하고 불법 해상 난민을 봉쇄하며 재정흑자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