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만들어진 기초생활보장법이 14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내년 10월 시행을 목표로 대대적 개편 예정인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최저생계비를 상한선으로 일괄 지원하던 방식을 개별 ‘맞춤형’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지금까지는 최저생계비 기준선과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라 수급자로 선정되면 생계·주거·의료·교육·자활·해산·장제 등 7가지 급여를 한 번에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 10월부터는 제도가 전면 개편돼 급여별로 각각 개별 기준이 생긴다. 생계급여의 경우 ‘수급자 선정·수급액 기준선’이 ‘중위소득의 30%’로 정해질 예정이다.
기초생활보장법은 누구든지 최저생계비 이상의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약속이다. 저소득층 국민들의 보호막이자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장치가 바로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이므로 현재의 제도상 문제점을 해소하면서도 이 기본 골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2011년 빈곤율(2인 이상 도시근로자가구 가처분소득 중위 값의 50%를 빈곤선으로 측정한 상대빈곤율)은 12.4%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1.4%보다 높은 수준이다. 2011년 노인빈곤율은 47%로 OECD 국가들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운영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한계를 드러냈다. 첫째는 빈곤층 규모 증가에 비해 이 제도가 보호하는 수급자 규모가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 규모가 약 400만명에 달한다.
또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다른 복지 지원을 받는 통로 역할을 함으로써 빈곤층이 이 제도로 쏠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아울러 근로유인 효과가 취약해 취업 및 탈수급 효과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00년 148만명에서 올해 140만명으로 같은 규모지만 예산은 2000년 2조4000억원에서 2013년 8조8000억원으로 약 3.6배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사각지대 해소보다는 보장성 강화에 기여했다는 방증이다.
박근혜 정부는 빈곤층의 빈곤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 요구에 맞춘 ‘맞춤형’ 개별 급여체계로 개편한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권리를 쪼개 수급자를 늘리겠다는 ‘조삼모사’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수급자가 139만 명에서 220만 명으로 늘어나게 되지만 차상위 계층까지 대상은 늘어나는데 급여가 쪼개지면서 실제로 받는 돈은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제도의 복잡성으로 더욱 심화된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통합적 빈곤 정책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개악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