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의 열쇠’ 가계·기업 손발 묶였다

입력 2013-08-2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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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가계와 기업의 손발이 묶였다. 정부의 전망대로 하반기에 경기회복이 이뤄지려면 이들이 내수를 받쳐줘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가 어둡기만 하다.

우선 가계를 보면 빚이 크게 늘어 소비여력이 줄었다. 심지어 서민들은 쪼들리는 살림 때문에 비교적 이자가 높은 2금융권에서의 생활비 대출을 크게 늘렸다. 이에 따라 카드 등 외상으로 구입하는 지출은 크게 자제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민간소비의 발목을 잡았던 가계부채(가계대출+판매신용)가 올 2분기 말 기준 980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규모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세부내역도 팍팍한 서민 생활의 고단함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 등 신용등급이 높지 않은 서민들이 상당수 이용하는 비은행의 대출잔액이 3조1000억원 확대된 19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마이너스 통장 등 생계형대출(기타대출)이 2조8000억원 늘어 비은행 대출액 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카드·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인 판매신용은 올 2분기 6000억원 감소한 53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발행 조건을 강화한 배경도 있지만 경기부진으로 민간소비가 둔화된 영향이 상당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전세대출 보증한도를 대폭 확대한 데 따른 전세금 상승은 민간 소비 위축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은은 최근 전체 소비자물가의 상승분을 제거한 실질 전세가격이 1% 오르면 민간소비는 장기적으로 0.18%, 단기적으로 0.37% 각각 감소한다고 발표했다.

생산과 고용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의 설비투자도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여력을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설비투자조정압력이 지난 2분기 -2.0%를 기록,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설비투자조정압력이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IT 버블 붕괴가 벌어졌던 2000년 4분기∼2001년 4분기 이래 처음이다.

한국정책금융공사도 최근 내놓은 ‘2013년 설비투자 제약요인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예상되는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가 68조4198억원으로 상반기(71조5035억원)보다 4.3% 적다고 발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수준에 머물러 있고 수출도 낮은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경기회복세는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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