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정기예금 상품에‘컬덕(Cult-duct)’열풍이 불고 있다. ‘컬덕’이란 문화를 의미하는 ‘컬처(Culture)’와 상품을 의미하는‘프로덕트(Product)’의 합성어로 상품이나 브랜드에 문화를 결합한 문화융합상품을 의미한다. 은행들이 문화적 요소를 단순히 판촉에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상품과 문화콘텐츠를 직접 결합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은 컬덕의 일환으로 영화, 드라마, 스포츠 등 문화아이템을 결합한 정기예금 상품을 적극 운용하고 있다.
정기예금 상품은 특성상 금융사별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차별화된 문화코드를 심는 금융마케팅을 활용해 홍보 및 교차판매 등 부가적인 효과를 노린다는 목적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5일부터 박인비 선수의 캘린더 그랜드슬램 달성을 기원하며 ‘박인비 캘린더그랜드슬램기원예금’을 판매했다. 이 상품은 박인비 선수가 1년에 4개의 메이저 대회를 우승하는 캘린더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 우대이율을 제공한다. 이번엔 박인비 선수가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컵을 놓쳤지만 다음달 개막되는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경우에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어 여전히 기회는 유효하다.
하나은행은 2008년부터 ‘베토벤 바이러스 정기예금’을 시작으로 인기 드라마와 연계한 정기예금 상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서’ 시청률이 높으면 우대금리를 주는 ‘하나 드라마 정기예금 구가의서’를 지난 6월까지 판매했다. 하나은행은 드라마 정기예금으로 특허까지 받았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2012~2013 V-리그 경기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스포츠예금상품인 ‘NH프로배구 예금’을 판매해 관심을 모았다.
이밖에 영화 흥행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우리은행의 ‘시네마 정기예금’, 부산, 경남이 연고지역인 롯데자이언츠의 정규시즌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지급하는 부산은행의‘가을야구 정기예금’ 등이 있다.
강이원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컬덕을 구매한 고객들은 충성도가 높아 은행의 교차판매에 호의적인 것은 물론 해당 상품을 자발적으로 전파하는 역할을 자처해 앞으로도 컬덕을 활용한 금융마케팅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