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일 내놓은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파문이 심상찮다. 정치권과 여론은 ‘중산층 증세’논란으로 들끓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세법개정안의 수정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반박자료를 잇따라 내며 급히 진화해 나섰지만 어느 누구도 아리송한 정부 셈법에 쉽사리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공약가계부 이행에 대한 재원 부족 우려는 정부가 직면한 또다른 난관이다. 단기간에 세수 확보가 어려운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만을 시도하고,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 대신 월급쟁이의 지갑만 털려다 보니 생긴 결과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세법개정안에 대한 조정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면 부인했다. 다만 “올해 세법개정안은 현재 입법예고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중”이라고 밝혀 사실상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의해 연간 총급여 3450만~7000만원대 소득자들의 세 부담이 연간 16만원 늘어나게 되면서 그러자 중산층의 부담을 늘린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정부는 해명자료 등을 통해 반박에 나섰지만 연봉 3450만원 이상 근로자를 상위 28%로 규정하고 7000만원 근로자의 경우라도 월 1~2만원 수준에 그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어 비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정부가 중산층의 기준으로 삼은 3450만원 이상의 기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안에 대한 수술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세 부담이 늘어나는 중산층을 아예 축소하거나 중산층의 평균 부담금액인 16만원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번 세제개편안을 중산층에 대한 ‘세금폭탄’으로 규정하고 중산층 서민 세금폭탄 저지특위를 당내에 구성하는 한편, 12일부터 ‘세금폭탄 저지’ 서명운동에 돌입한다.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세수효과는 5년간 2조5000여억원에 그친다. 내년 추가 세입은 4300억원 정도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행을 위한 조세 수입을 마련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쓰는 세수효과 개념은 전년대비 증감 만을 계산하며 누적 개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납세자들의 체감과는 큰 거리가 있는 계산방식이어서 정부가 세부담 증가 효과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재원 부족 우려는 세제개편에 있어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 없이 비과세·감면에 중점을 둔 데 기인한 바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 미흡, 종교인 과세 등도 실효성 부족해 5년간 135조원 복지재원을 마련하기엔 버팀목 못 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고소득층 중 자영업자가 아닌 급여소득자에게만 부담을 지우다보면 내년에도 역시 서민과 샐러리맨 유리지갑 털기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간접증세로 재원을 조달하기에는 세수 확보 측면에서 무리수라는 점에서 세수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재정 역시 상반기 60%를 조기집행한 상태라 하반기 경기침체를 극복하지 못하면 2차추경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비과세 감면,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 단기간에 1년에 27조원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방법"이라며 "지방 선거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증세를 논하기는 쉽지 않아 복지공약 축소나 후퇴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