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연피아’]국책기관 세종시 이전 후 핵심인력 몰리며 ‘파워 업’

입력 2013-07-3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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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구원 現정부 들어 더 높아진 위상

연구원 출신 인사들의 공직 및 금융회사로의 진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자문 역할 정도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금융권의 고위직을 맡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연구원 출신 인사들이 조직의 수장까지 오르는 등 정관계를 넘나들며 위상을 떨치고 있다.

◇ 관료와 돈독한 관계 = 최근 금융권에서는‘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신제윤 위원장보다 파워가 세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정 부위원장이 현 정부 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한국금융연구원(이하 한금연)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우스갯소리다.

정부의 금융전문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금융연구원은 1991년 국내 32개 은행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설립됐다. 국내외 금융제도, 금융정책, 금융회사 경영 등 금융 전반에 걸친 과제를 연구·분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20여년 동안 쌓은 연구 역량과 인재풀을 바탕으로 금융권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연구원 주도로 금융권의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금융연구원은 초창기부터 금융당국의 연구용역과 자문을 맡으며 경제관료 등 권력층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금융연구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내 금융팀이 약화되면서 금융전문 연구기관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KDI를 비롯한 여러 국책 연구기관들이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면서 금융연구원의 인재풀은 더욱 막강해졌다. 세종시로 내려가길 원치 않는 국책 연구기관의 핵심연구 인력들이 금융연구원으로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인력이 보강됐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출신 인사는 사외이사나 민간 분야에서도 두드러진다. 최근 국민은행장에 취임한 이건호 행장이 금융연구원 출신이다. 장민 우리금융 사외이사와 임진 한국증권금융 사외이사 등을 비롯해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 양원근 전 KB경영연구소장,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사장, 지동현 KB국민카드 부사장 역시 금융연구원 출신이다.

◇ 정부‘마우스탱크’로 전락 우려 = 학자들의 사회 진출은 한금연 외에도 KDI를 비롯해 금융지주 계열 연구소 등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들은 진출하는 분야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기도 한다.

학자출신 인사가 실무영업이나 기관장으로 가게 되면 큰 조직을 운영한 경험이 없는 탓에 업무 능력과 조직을 통솔하는 리더십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MB정부 당시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과 현 정부의 홍기택 산은금융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대표적이다.

반면 직접 기관을 경영하지 않고 전문 능력을 바탕으로 자문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로 진출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대표적으로 금융통화위원회나 규제개혁위원회, 금융회사 사외이사 등 이다.

연구원 출신 인사가 늘면서 문제점도 지적된다. 전문성이 있는 박사 인력이 주요 요직에 진출하고 경험과 식견이 많은 금융관료들이 연구소에서 일하는 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자칫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로 전락한다면 서로의 이해관계를 위한 결탁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

특히 개인의 인사 문제로 과도하게 윗선의 눈치를 보거나 자리 찾기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양한 정책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이 퇴임한 금융관료들의 임시거처가 되거나 금융관료들과의 두터운 관계를 바탕으로 금융권 요직에 앉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관치금융의 중간다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정부와 연구기관의 유착관계는 오래 전부터 이뤄져 왔다”며 “연구기관들이 정부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는 앵무새 역할을 하게 되면 싱크탱크가 아닌 마우스탱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성향에 따라 인사가 결정되는 만큼 정권이 바뀌면 금융연구원을 비롯한 연구기관들의 행보도 달라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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