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아사(餓死) 직전에 내몰리자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정책의 초점을 ‘규제’에서 ‘완화’로 이동한 것이다. 우선 IB 육성, 대체거래시스템(ATS) 도입, 코넥스 설립 등 전방산업의 변화를 통해 증권사의 역할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창조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자금 집행 등을 통해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방향(벤처캐피털 확대, 중소기업 M&A시장 활성화 등)을 엿볼 수 있다”며 “그동안 보류됐던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증권사 영업 활력 제고 방안 등을 통해 증권사의 역할 확대까지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위한 대형화 작업에도 힘쓰고 있다. 스핀오프(Spin off·분사) 허용을 통해 증권사의 기능적 분화와 구조개편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사까지 M&A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증권업계 ‘새판 짜기’는 더욱더 가속화될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으로 인해 우리투자증권이 매각 절자를 밟고 있으며 이트레이드증권, 아이엠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애플투자증권(자진 청산작업중),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도 인수자를 기다리고 있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스핀오프로 인해 증권사 수가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정체돼 있는 증권업종 내 구조조정이 더욱더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중소형사들의 경우 무수익 자산과 사업부문까지 포함한 전체가 매각 대상인데 매수자 입장에서의 인수 유인이 약하고 가격 괴리도 클 수밖에 없다”며 “즉 되는 것은 팔거나 강화하고 안 되는 것은 청산의 방법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