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기적 시각의 회사채시장 안정화 방안을 시행한다. 업황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말까지의 회사채 만기도래 기업에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에 적기에 자금을 공급해 기업 및 금융권 부실화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 자체적인 상환이 어려운 4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대상으로 총 6조4000억원 상당의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를 발행할 계획이다.
◇ 회사채시장 냉각·양극화 심화 = 금융위원회는 △6조4000억원 규모 시장안정 P-CBO 발행 △하이일드펀드 및 회사채펀드 활성화 △회사채시장 인프라 개선 등을 골자로 한‘회사채시장 정상화’방안을 8일 발표했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향후 경기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업황은 내년 말 즈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기 취약업종 등 특정업종의 회사채를 인수하는 신속인수제와는 달리 이번 정상화 방안은 시장 전체에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회사채 발행 규모는 크게 감소했다.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 등으로 지난 5월 이후 회사채 금리와 신용스프레드가 상승 전환되면서 발행 여건이 악화된 탓이다. 지난해 월 평균 회사채 발행 규모는 2조700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2월(3조5000억원)과 4월(2조8000억원)을 제외하고는 평균 회사채 발행액이 1조원을 조금 넘는 데 그치고 있다.
회사채시장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BBB등급 이하 채권에 대한 투자기피 현상이 웅진 사태 등으로 A등급까지 확대된 것이다. 지난해 A등급 회사채의 월 평균 발행 규모는 1조700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8000억원 수준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또 1∼6월 중 건설(△3000억원) 해운(△6000억원), 조선(△3000억원) 등 일부 업종에서 회사채가 순상환되는 등 시장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 선제적 유동성 공급…‘시장안정 P-CBO’로 확대·개편 = 금융위는 건설사 유동성 지원을 위해 신보가 보증·발행하는 P-CBO를 ‘시장안정 P-CBO’로 확대·개편, 일시적인 자금 부족을 겪는 기업에 유동성 공급키로 했다. 내년 말까지 회사채 만기도래액 가운데 자체적인 차환이 어려운 회사채는 약 4조원으로, 이를 바탕으로 총 6조4000억원 규모의 P-CBO가 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A등급의 회사채도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차후 차환발행 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진행하겠지만 A등급 이하 회사채까지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만기도래분의 20%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상환하고 나머지 80%는 KDB산업은행이 총액 인수한다. P-CBO 발행 과정은 산은 총액 인수분 가운데 △산은 해당 회사채 인수 △산은 인수분 중 ‘회사채안정화펀드’ 10% 인수 △발행기업의 채권은행 30% 재인수 △나머지 60% 신용보증기금 보증 P-CBO에 순차적 분할 편입 등의 방식이다. 대상기업은 차환발행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이렇게 발행되는 신보의 시장안정 P-CBO는 6조4000억원 규모로 △차환발행 대상기업 30% △건설사 20% △일반회사채 50%로 구성된다. 차환발행 대상기업(건설·조선·해운 등 경기취약 업종)은 개별기업 10% 이내로 30%까지이며 건설사 편입 기업은 차환발행 대상기업에 포함되지 않은 비교적 우량(회사채 등급 AA 이상 등)한 건설사가 속하게 된다.
선순위(94%)는 신보 신용보강 후 시장에 매각하고 후순위(6%)는 발행기업이 인수한다. 금융위는 업체당 최고 지원 한도로 대·중견기업 1500억 원, 중소기업 750억 원으로 예상했다.
신보 신용보강을 위한 재원은 재정과 정책금융공사가 절반씩 부담한다. 총 소요재원이 8500억 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우선 신보의 가용 기본재산 1500여억 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여타 재원은 재정(2015년) 및 정금공(2014년)에서 각각 3500억 원씩 부담한다.
금융위는 산은, 신보, 정금공, 금융회사 등 해당 금융기관의 적극적 지원을 위해 고의·중과실을 제외한 결과에 대해 면책키로 했다.
이밖에도 △하이일드펀드 세제지원 △QIB(적격기관투자자) 제도개선 △회사채 펀드 활성화 위한 규제 합리화 △유동화증권 발행 제도 정비 △회사채 시장의 인프라 개선 등을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