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가 서비스업 적합업종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5월 ‘생계형 서비스업’의 15개 적합업종 품목을 지정, 발표한 데 이어 이르면 8월 말 ‘생활밀착형 서비스업’ 적합업종 품목을 신청 접수키로 한 것. 기업 간 이해관계가 여느 때보다 첨예하게 대립했던 생계형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 과정을 되짚어볼 때 생활밀착형 적합업종 작업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생계형 서비스업 적합업종이 안착되기도 전에 추가 작업을 펼치는 것이 무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무분별한 적합업종 지정은 기존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권위 역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중소기업 간 사회적 갈등 문제를 발굴, 논의해 민간부문의 합의를 도출하고 동반성장 문화 조성 확산의 구심체 역할 수행’이란 목적 아래 활동을 시작한 동반위. 사회적으로 ‘동반성장’ 개념을 확산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시장의 반응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만 있을 뿐 ‘상생’ 방안을 제시하는 데는 미진했다는 것이다.
◇동반성장, 실천정도는 ‘50점’…‘조정의 기술’ 필요= 지난 5월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에서 발표한 ‘동반성장지수에 대한 기업 인식과 보완과제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다수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지수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동반성장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더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수 시행 이후 지수평가 대기업의 26.4%는 ‘과도한 자금 지원 및 등급 서열화로 인한 기업부담 가중’을, 13.2%는 ‘대·중소기업 간 협력 시너지 저하’를 각각 꼽았다. 1차 협력사의 경우 ‘동반성장 효과 체감 곤란’(19.0%), ‘중소기업 경영역량 강화’(9.8%) 순으로 의견이 나왔다.
이 같은 ‘동반성장의 부작용’이 드러나는 원인은 동반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이견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다 보니 사안의 경중보다는 양측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결론을 짓기 때문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동반위가 당초 출범 초기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은 민간 자율의 합의기구였다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며 “적합업종 선정 등에서 더 속도를 내야 했으나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중소기업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광명전기 대표)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무의미한 적합업종 지정도 종종 눈에 띈다”며 “특히 적합업종 발표 시 단서 조항을 만들어 대기업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 주는 것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지적은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도 나오고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대·중소기업 간 호흡을 맞추다 보니 상호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광 부회장은 “지수 점수표가 제한적으로 구성돼 있다”며 “실질적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위해 어떻게 협력한 것인지 평가를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중견·중소기업 ‘삼분법’… 업종·품목별 의견 수렴해야= 동반위의 활동 범위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자 기업 규모별, 업종별 의견을 수렴해 동반성장에 대한 수용도를 지금보다 제고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익주 중소기업협력센터 팀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동반성장의 의미보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성장 방안을 찾는 데 대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적합업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시장 규모가 늘어나지 않은 가운데 기업 개체가 증가하는 부분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 파이를 키우는 뱡향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교수는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준의 사업영역에 진출하기보다는 대자본이 필요하는 곳에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기업정신이 요구된다”며 “이 때문에 기업의 진정한 동반성장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소비자들의 입장을 더욱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부처 간 협업으로 지원 체계를 만들어서라도 해결의 방향은 소비자 후생쪽으로 가야 하는 것이 맞다”며 “이런 부분은 동반위가 적극적으로 이끌어 줘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