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집단(자산규모 5조원 이상) 계열사들은 그룹 내 회사 간 복잡한 출자 고리를 통해 연결돼 있다.
특히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계열사가 누적되는 순손실로 자본금을 까먹기 시작하면 다른 계열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부실 계열사들의 운영자금 마련과 자본잠식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계열사들이 추가 출자를 하거나 자금대여, 채무보증 등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지원하는 계열사의 재무안정성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그룹들이 골치 아파하는 계열사는 어느 곳일까.
국내 1위 삼성그룹에서는 개미플러스유통을 꼽을 수 있다. 개미플러스유통은 최근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모기업인 제일모직에 흡수되기로 결정했다. 개미플러스유통은 지난해말 기준 누적된 결손금 때문에 남아 있는 출자금이 한 푼도 없는 상태다.
지난 2011년 제일모직이 300억원을 추가 출자해 재무상태를 호전시켜놨지만 같은 해 10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신규 출자금의 30% 이상을 까먹었다. 지난해에는 순손실액이 245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에너지가 부분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현대에너지의 최대주주는 지분 49%를 보유한 현대건설이다. 지난 2009년 9월 설립된 현대에너지는 스팀과 전기 판매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누적 결손금이 125억원에 이르면서 자본총계가 납입자본금보다 132억원 적은 상태다.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80억원과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이뤄졌다.
SK그룹에서는 지난 2007년 부동산업에 진출한 리얼베스트가 누적된 결손금 때문에 출자금 500억원의 절반가량을 까먹은 상황이다. 리얼베스트는 설립 이후 매년 20억~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영업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기업인 SK건설로부터 1년에 한 차례씩 수십억원을 차입해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LG그룹에서는 해태음료가 골치 아픈 계열사다. LG생활건강이 지난 2011년 인수해 정상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해태음료의 자본잠식률은 LG그룹이 인수한 후 2011년말 54%에서 2012년말 35%로 크게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수십억원의 적자가 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누적된 결손금을 해결하기 위해 보통주 54%를 강제 무상소각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에서는 지난 2007년 인수한 롯데자산개발(옛 케이비수림)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각각 43억원과 6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누적된 결손금은 지난해말 기준 410억원으로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350억원가량이 적다.
포스코그룹에서는 포스하이메탈이 지난 2009년 설립된 후 5년이 지나도록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포스하이메탈의 자본금은 771억원이다. 여기에 555억원의 결손금이 생기면서 2012년말 기준 자본총계는 212억원이다. 매년 매출이 크게 늘고 있고 순손실도 줄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자본잠식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포스하이메탈의 2012년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73%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