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글로벌 채권시장을 좌우하는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채권 금리 폭등으로 위기에 빠졌다.
그는 2850억 달러 규모의 토탈리턴채권펀드(TRBF)를 운영하고 있으며 6월 들어서만 순자산 가치는 3.79% 줄었다.
이같은 성적은 177개의 경쟁 펀드 중에서 165위에 머문 것이라고 26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그로스가 1997년 운용을 시작한 TRBF는 업계 최고의 수익률을 자랑했다. 그러나 올들어 회사의 순자산 가치는 4.57% 줄었다. 이는 2008년 8월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림탭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채권펀드에서 472억 달러가 이탈했다. 이는 월 기준 사상 최대치다.
앞서 지난 2008년 10월에 418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하면서 최대 이탈 규모를 기록한 바 있다.
핌코의 토탈리턴ETF에서는 6월에만 3억8700만 달러가 빠져 나갔다.
사건의 발단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입’에서 비롯됐다. 지난 5월22일 버냉키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경기 회복되면 채권 매입 규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발언하자 채권 가치의 하락을 염려한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빠르게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연준의 출구전략을 의식한 핌코도 지난달 말 미국 국채 투자 비중을 2% 줄이기도 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19일에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경제 회복세가 이어진다면 연말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고 내년 중반에 중단할 수 있다”고 말해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연준의 출구전략 언급에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21일 1.93%에서 지난 24일 장중 2.67%까지 급등했다. 이번주 들어 10년물 금리가 2.5%대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2년 내 최고 수준이라고 CNBC는 전했다.
최악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채권만이 안전한 투자처’ 라는 그로스의 믿음은 전혀 흔들림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연준의 양적 완화 축소를 기대하고 국채를 파는 투자자들은 곧 실망하게 될 것”이라면서 "채권시장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판단 착오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퍼의 제프 처너호이 애널리스트는 “그로스가 채권 금리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지만 소홀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엘-에리언 핌코 CEO는 전날 CNBC에 출연해 “연준이 시장에 자산 매입과 관련한 향후 계획에 대해 과도한 지침을 주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해 투자자들이 즉각 반응하면서 성급한 결정을 할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