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26일 열린 ‘제2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 5년간 약 9조원 가량이 투입되는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부담’은 박근혜 대통령의 보건 분야 핵심 공약이자 주요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복지부는 4대 중증질환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전체 의학적 비급여의 60%에 해당하는 초음파ㆍ자기공명영상(MRI)ㆍ양전자단층촬영(PET) 등 검사, 고가 항암제 등 의약품, 관련 수술재료의 대부분을 2016년까지 건보 급여로 전환해 환자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자들의 부담이 큰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ㆍ상급병실료ㆍ간병비) 등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어 ‘공약 후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보건의료위원장인 김진현 교수(서울대)는 “기존보다는 다소 진일보한 정책이나 국민에게 실질적인 부담이 되는 3대 비급여에 대해서는 계획조차 연말로 미루고 있어서 대단히 실망스럽다”면서 “일부 비급여(신의료기술)을 급여화해 관리하겠다는 것은 좋은 발상이나 이 역시 3대 비급여에 비할바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역시 “일부 선별 급여로 바뀌는 측면이 있지만 본인 부담이 50% 이상으로 크고 대선 때 약속했던 공약에서 심각하게 후퇴했다”면서 “진료비 부담 공약 만큼은 획기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공약을 이행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지난 10년간 급여 진료비는 1.2배 증가한 반면 비급여 진료비는 1.8배 증가해 건강보험 보장률은 62~64%에서 정체돼 있다.
비급여 진료비를 관리하기 위해 필수 의료는 아니지만 더 쉽게 진료하거나 받는 데 필요한 의료서비스 들을 ‘선별급여’라는 개념으로 건강보험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이 복지부의 계획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50~80%로 여전히 높은 환자 본인부담률이 한계점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보장성 강화 계획에 들어가는 재정은 올해부터 5년간 8조9900억원이다. 복지부는 6조4000억원에 이르는 건보 누적흑자, 건보료 인상과 진료비 지출 관리, 국고 지원 등으로 무리 없이 조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에 대해 건강보험료는 모든 가입자가 납부하는데 4대 중증질환만 혜택을 주기 때문에 사회보험 원리에 어긋나고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왔다.
의료계는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대해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우려감을 나타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확실한 재원확보 방안”이라면서 “국고지원 이행ㆍ확대, 적정수준의 보험률 인상, 건강세 신설 등을 통해 재원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의 건강보험 체계가 중증질환 비용에 초점을 맞추고 향후 진료비 증가폭을 심화시키는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정책은 없는 실정이므로 4대 중증질환 우선 보장에 따른 타 질병과의, 소득계층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는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적정수가 보전에 대한 확실한 담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다.
나춘균 병협 대변인은 “재정확보 방안은 누적적립금 활용 및 보험 재정의 효율적 관리인데 이는 결국 의료공급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보험료율 인상 등 추가 재정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국 공급자의 희생만 강요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