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고객 정보 1만여건이 담긴 고객 전표를 고물상에 넘겨준 것으로 드러나 금융감독원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앞서 연이은 전산사고가 일어난 농협은행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중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 모 지점은 지난 15일에 보관 중인 고객 관련 전표 뭉치를 파쇄업체가 아닌 고물상에 넘겼다가 적발됐다.
특히 농협은행은 고객 정보 관련 서류의 경우, 보관 기간이 지난 뒤 위탁계약을 체결한 파쇄업체를 이용해야 하는 규정을 어겼다.
때문에 원칙대로라면 해당 지점에서 17년간 창고에 있던 전표들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파쇄업자에게 80만원을 주고 파쇄를 의뢰해야 했지만 해당 지점은 평소 안면이 있던 고물상에게 무상으로 넘겼다.
이 고물상은 마대자루에 이 전표 뭉치를 담아 파쇄업자에 30만원을 받고 팔았다. 특히 이 전표에는 해지된 신용카드 발급 신청서, 거래해지 신청서, 해지 통장 등 각종 고객 정보가 담겨져 자칫 대량 고객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금감원은 이런 농협은행의 문제점을 보고받고 농협은행 해당 지점을 대상으로 고객 서류 보관 실태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절차를 어겼을 뿐 정보 유출이나 경비 유용 등의 의도는 없었다" 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3월 북한 해킹으로 고객 정보 유출 사고까지 일으켰던 농협은행은 이번 고물상으로의 유출사건을 계기로 중징계가 불가피하게 됐다.
실제로 금감원은 '3·20 해킹' 사고의 후속 조치로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을 특별 검사한 결과,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에 고객 피해는 없었으나 농협은행의 경우 전산사고를 반복하고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책임이 있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최근 보고한 바 있다.
특히 농협은행은 2011년에도 해킹 사고로 대규모 전산 장애를 일으킨 적이 있다. 이에 따라 기관 경고 등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3·20 북한 해킹과 관련한 금융사를 검사한 결과 농협은행의 경우 전산사고 반복으로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