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에서는 387개의 작성기관이 908개의 국가승인통계를 생산하고 있고, 이 중 일부는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경제지표로 활용되고 있으며, 나아가 중요 정책의 결정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 예로 취업자 수 통계는 각 시·도의 일자리 창출의 주요 지표로 사용되고 주택가격통계는 월간 기준 189개 시·군·구의 가격동향을 공표함으로써 이용자들에게 주택의 매매 및 전세 가격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올해 초 중국과 일본 정부에서는 공표한 수출통계에 오류가 있었음을 서로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계산상의 오류, 그리고 통계를 과장·왜곡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우리나라 역시 이와 비슷한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것이다.
통계를 생성하고 해석하는 방법은 다양하고 복잡하며 매우 전문적이다. 그러나 일반인은 보여지는 통계치만을 단순하게 접하게 되고 그것이 의미하는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한 채 받아들이기도 한다.
통계의 오류는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과거 미국에서 예일대를 졸업한 사람들의 소득에 관해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예일대 출신의 대부분이 백만장자라는 결과가 나왔다. 진상을 확인해 본 결과 당시 전화기는 최상류층만이 소유할 수 있는 고가의 물건이었다고 한다. 이것이 잘못된 조사에서 오는 오류다.
이러한 통계의 오류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며, 그것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그 파급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그리스는 재정, 관광 등의 통계조작을 통한 무리한 EU 가입이 나비효과처럼 나라의 파산을 초래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르헨티나가 경제 관련 통계를 조작했다며 불신임 조치를 내려 이에 파이낸셜타임스는 IMF 차관 이용금지와 영구퇴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맞거나 틀리거나’ 둘 중 하나. 사회현상을 숫자로 정의할 수 있다는 획기적 발상은 객관적·일반적인 것과 맞물려 우리 주위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언제까지 ‘맞거나’일 때만 해당하는 말이다.
체감과는 다른 통계, 구미에 맞게 이리저리 변경되고 각색되는 통계,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자료는 ‘틀리거나’ 또는 ‘오류’인 것이다. 오류는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정보 제공자의 의도대로 이용자를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오류에도 통계에 의존하는 이유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침판 역할을 하는 그 힘을 무시할 수 없으며 전문성과 중립의 자세 등으로 오류를 일정 수준 정도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는 올바르게 산출되고 효율적으로 활용될 때만이 그 빛을 발하게 된다. 동일한 이름의 통계라도 조사방법이나 목적이 다르다면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통계가 현실을 완벽히 반영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객관적이며 정확한 조사와 통계의 생산이 필수임을 즉각 인지해 관련 인재 양성과 함께 수용자 교육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에 국가 차원에서는 각 통계 작성기관별로 분산돼 있는 통계생산체계를 표준화하고 업무 처리절차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편 한국감정원은 국가승인통계 작성 기관으로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등 방대한 양의 자료를 수집하고 통계 전문가에 의해 정확한 통계를 공표하고 있다. 또 일반인들이 다양한 부동산 통계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R-ONE)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보여지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 그 속에 있는 본질을 따져볼 수 있어야 비로소 통계란 열매를 맛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어설프게 아는 것은 독이 될 수 있으며 국가 위기상황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신뢰성 있는 객관적 지표로의 통계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음을 기대하며 한국감정원 또한 이에 발맞춰 부동산 통계의 선두주자로 나아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