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을 제한하는 ‘50%룰’ 시행에도 불구하고 판매사들의 제식구 감싸기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 따르면 은행, 보험, 증권사 등 45개 판매사 가운데 4월말 현재 계열운용사 판매비중이 전월대비 증가한 곳은 27개사(60%)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3일 ‘50%룰’ 시행 이후 60%의 판매사가 오히려 계열사 판매비중을 늘렸단 얘기다.
판매비중이 50%를 넘기는 곳도 총 13곳으로 제도 시행 전과 비교해 전혀 줄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의 펀드판매 실태조사 당시(15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제도 적용 기간이 실질적으로는 일주일 밖에 안되지만 운용사들의 자체노력은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특히‘50%룰’의 정조준에 올라있는 대형사들의 경우 판매비중을 오히려 늘렸다.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자산운용 판매비중은 3월말 74.01%였지만 4월말에는 74.06%로 0.05%P 높아졌다. 같은기간 삼성증권의 삼성자산운용 판매비중 역시 59.53%에서 61.1%로 1..57%P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신한BNPP자산운용(67.44%→68.43%), 국민은행의 KB자산운용(57.65%→58.29%) 등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중소형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교보증권은 교보악사 판매비중을 51.5%에서 52.12%로 확대했으며 농협 역시 NH-CA자산운용 펀드를 66.25%에서 66.63% 늘려 팔았다. 한화생명보험도 한화자산운용 펀드판매비중이 60.13%에서 68.19%로 증가했다.
심지어 NH농협선물의 NH-CA자산운용 판매비중은 16.43%에서 57.32%로 한달여만에 4배 가까지 급증했다.
반면 IBK투자증권은 IBK자산운용의 펀드판매비중을 1.79%에서 0.37%로 낮췄고 KB투자증권도 KB자산운용 펀드를 35.79%에서 24.58%로 축소했다. 이 밖에 교보생명보험(교보악사자산운용, 48.99%→47.98%, 삼성생명보험(삼성자산운용, 62.46%→60.87%) 우리투자증권(우리자산운용, 40.74%→40.54%) 등도 ‘50%룰’을 지키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50%룰’이란 은행, 증권, 보험사가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팔 때 판매금액을 전체 연간 펀드판매액의 50% 이하로 제한하는 일종의 비율 규제다. 지난 4월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신규유입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50%룰’이 시행된다고 해서 누적 판매비중이 갑자기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중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
A운용사 관계자는 “증시가 급락하면서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50%룰’ 시행속에서도 판매사를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소형 운용사들의 성장성을 따져보는 판매사들의 유연한 사고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