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열린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상을 수상한 ‘레미제라블(라이선스)’은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5개 부문을 휩쓸었다. 또 뮤지컬 ‘레베카(라이선스)’도 조연상, 무대상, 연출상 등 5개 부문의 상을 수상했다. 국내 창작 뮤지컬인 ‘그날들’이 올해의 창작 뮤지컬에 올랐고 남우신인상, 극본상을 받으며 선전했다. ‘그날들’의 활약에도 더 뮤지컬 어워즈는 라이선스 뮤지컬의 향연으로 끝났다. 창작 뮤지컬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 시상식이다.
공연 예매사이트 인터파크가 집계한 최근 3년간 창작 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 공연 추이를 보면 △2009년 창작 238건, 라이선스 122건 △2010년 창작 291건, 라이선스 194건 △2011년 창작 366건, 라이선스 162건 등 오히려 창작 뮤지컬이 증가세를 이룬다. 외형적 성장에도 관계자들은 “창작 뮤지컬에 투자한 만큼 수익을 내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뮤지컬 수익은 라이선스 뮤지컬이 독식하는 구조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창작 뮤지컬로 수익을 낸 작품이 많지 않은 것을 작품 완성도 부족으로 봤다. 뮤지컬 제작기획사 관계자는 “창작 뮤지컬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좋은 스토리와 음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 초 초연한 국산 뮤지컬 ‘아르센 루팡’의 소재는 외국 소설이 원작이며 ‘그날들’은 고 김광석의 곡들로 음악적 한계를 극복한 점이 이를 말해주는 사례다.
스토리와 음악에서의 취약점은 제작 시간 부족에서 온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뮤지컬협회 창작분과 박인선 간사는 “최근 창작 뮤지컬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높아져 환경이 좋아진 것은 맞다”면서도 “대본을 만드는 최소한의 기간은 1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제작 여건과 제작비 때문에 7~8개월 안에 대본을 써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작품 완성도에 대한 근본적 원인으로 인력에 대한 체계적 육성과 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점을 꼽는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전문적 창작과정을 가르칠 기관과 전문가가 부족하다”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대책을 제시했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구에 희망적 신호가 포착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은 창의인재동반산업이라는 프로그램을 매년 시행하는데 올해 뮤지컬 관련 인재육성 분야에 4억50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 14명, 작곡가 14명은 대본작가와 작곡가로 구성된 한 팀에 소속된다. 월 100만원의 지원금을 개인별로 받게 되고 제작인력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4대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총 8개월의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작품을 출품해야 한다.
한콘진 창의인력양성팀 담당자는 “여러 기관의 심사로 뮤지컬을 지원하게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뮤지컬계가 필요로 했던 정책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작품성과 완성도 면에서 라이선스 작품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명지대 예술종합원 뮤지컬학과 최수용 주임교수는 “‘김종욱 찾기’, ‘빨래’ 등을 볼 때 창작 뮤지컬이 딱히 스토리와 음악적인 면에서 뒤질 것은 없다”면서 “문제는 라이선스가 무조건 좋다는 관객들의 인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