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이라는 호칭은 어색하고 부끄럽지만, 방송생활 중 나를 가장 심장 뛰게 하는 순간은 방송 말미에 스태프 스크롤이 나가는 때이다. 그래서 난 내가 한 프로그램의 마지막 부분은 꼭 놓치질 않는다. 마지막 스태프 스크롤에 내 이름이 나가는 순간 ‘아! 또 이렇게 한편 만들었구나’라는 생각과 이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 힘들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인터넷을 검색해 찾은 아이템. 내 아이템이 방송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얹어 제작진과 함께하는 릴레이 아이템 & 구성회의. 아이템이 정해지면 시작되는 섭외전쟁과 촬영 흐름을 적는 구성안 작업까지 하게 되면 종이에 적었던 구성이 카메라의 불이 켜지면서 실제로 눈앞에 펼쳐져 촬영된다. 촬영된 영상이 PD들의 손에서 잘려지고 붙여져 편집되어 나에게 오면 나는 영상을 보며 상황을 재미있게 글로 풀어 자막을 쓰게 된다. 자막을 넘기고 나면 잠시 훅~ 하고 숨을 몰아쉴 수 있는 텀. 그리고 방송이 나올 때까지 시청자의 입장에서 두근반, 세근반 하는 마음으로 방송을 기다린다.
어쩌면 다른 직업의 일과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쳇바퀴 돌아가는 듯 보이는 일정이지만 방송 안에는 감정이 녹아 있다. 살 떨리는 긴장감도 있지만 입안의 별사탕이 톡톡 터지는 것처럼 짜릿한 환희도 있다. 이런 매력이 있기에 방송작가라는 직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순간까지 후회하지 않는, 부끄럽지 않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당당히 말하고 싶다. 내가 ‘저거 만든 작가예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