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개인채무자 구제제도의 사전 신용상담 기능과 변제기간 축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한국은행 금융제도팀 강호석 과장 등은 '개인채무자 구제제도 현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도 미국, 영국 등과 같이 지역사회에 밀착해 사전적이고 적극적인 재무‧신용상담을 수행하는 신용상담기구 설립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과다채무는 실직, 이혼, 사업실패, 건강 악화 등에 기인한 경우가 많으므로 신용상담기구는 신용상담과 더불어 과다채무자의 고용알선, 건강관리, 심리상담 등 종합적인 사회복지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강 과장은 사적 채무조정 활성화의 일환으로 구제제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본인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제도를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개인채무자를 위해 사전 신용상담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무자의 도덕 해이 및 파산 남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무자의 변제능력에 따라 사적 채무조정→공적 채무조정→파산 순서로 채무자 구제제도를 이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그는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제도의 채무조정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채무조정 기능을 수행하는 프랑스의 과채무위원회와 같은 공적 기구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강 과장은 최근 신용회복위원회의 사전채무조정 지원대상을 늘리고(30일 이상 연체→최근 1년간 누적해 30일 이상 연체)하고 워크아웃 지원대상도 확대(총채무액 자격기준을 5억원에서 15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정부정책 변화를 예로 들었다.
이에 함께 강 과장은 개인워크아웃제도는 협약에 가입한 금융기관의 채권만 조정대상이 되므로 협약가입 기관을 대부업 중심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등록대부업체 1만1702개(2012년 6월말 기준) 중 자산 100억원 이상인 업체(대부업체 대출잔액의 87.5% 점유)는 121개이나 협약 가입 대부업체는 45개(4월 기준)에 불과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 과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신용상담 및 채무조정을 위한 공적 기구를 설립해 사적 채무조정을 수행하도록 하고, 사적 채무조정에 실패할 경우 공적 채무조정안을 법원에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또한 개인회생자의 회생의욕을 높이기 위해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미국, 일본 등과 같이 변제기간을 원칙적으로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회생 채무자는 변제기간 동안 자신의 미래 가용소득을 모두 채무 변제에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변제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채무자의 소득 창출 유인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강 과장은 미국의 경우 5년 이상의 변제기간을 정한 채무조정제도는 사실상 노예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변제기간의 적정성 문제를 인간 존엄성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변제기간을 대부분 5년으로 설정한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회생제도를 시행한 2005∼2011년 중 변제계획대로 이행해 면책을 받은 채무자(4만7000명)에 버금갈만큼 중도에 실패한 채무자(4만2000명)가 발생했다는 점은 이에 대한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이밖에 그는 주택담보채무자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변제가용 소득 산정시 주거비용을 공제하고 특정한 주택담보권에 대해서는 별제권을 제한하고 주택담보채무 상환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다만 변제권 제한에 대해서는 주택소유채무자와 주택임차(전세)채무자간, 주택담보채권자와 일반담보채권자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1가구 1주택, 주택가액 범위 등 엄격한 별제권 제한 요건 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