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깜짝인하… 김중수의 변심? 금통위의 반란?

입력 2013-05-0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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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동안 경기 회복론을 주장하며 금리 동결 입장을 견지해 온 김중수 총재의 변심인지, 아니면 금통위원들의 변심에 따른 인하 결정인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김 총재는 최근 강한 금리동결 메시지를 줬다. 그럼에도 금통위가 이날 금리를 인하한 것은 나머지 금통위원들이 김 총재에 반기를 들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른바 금통위원의 난이다.

김 총재가 변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주중앙은행이 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으로 내리는 등 경제환경은 이달 들어서도 급변했다. 김 총재는 "매달 입수 가능한 모든 정보를 참고해 결정을 내린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해 왔다.

이달 초 시장은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7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운용관련 종사자 202명을 조사한 결과 71.3%인 144명이 동결을 예상했다.

이는 김 총재가 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한 금리동결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7월, 10월 내린 0.5%포인트도 굉장히 큰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 일본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란 것인가"라고 말했다.

시장은 이를 강력한 금리 동결 신호로 받아들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김 총재의 발언 하루 만에 0.09%포인트나 뛴 2.56%까지 치솟았다. 물론 그는 출구도 만들어놨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김 총재는 "이달엔 동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나 매월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 만큼 경제상황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유연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가 마음을 바꿨다면 이는 대외환경 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일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호주중앙은행도 7일 2.75%로 0.25%포인트 내렸다. 둘 다 사상 최저다.

지난달부터 일각에선 조심스레 금통위의 반란 가능성을 점쳤다. 4월 금리를 동결하며 인하와 동결 의견이 3대 4로 팽팽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달에도 인하를 주장했던 하성근(금융위원장 추천) 위원에 정해방(기획재정부 장관 추천), 정순원(대한상의 회장 추천) 위원이 가세한 결과다.

이들 비둘기파(완화론자)들은 현재 물가가 충분히 낮은 수준인데다 금리를 내리는 것이 경기부양을 위한 최적의 정책조합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박원식 부총재(당연직), 문우식(한은 총재 추천), 임승태(은행연합회장 추천) 위원은 매파(긴축론자)적 시각을 내보였다. 경기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는데다 금리 인하가 추가 경기부양에 도움이 될지도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인하와 동결이 3대 3으로 맞서자 김 총재가 마지막에 동결 측에 캐스팅보트(승부를 가르는 한 표)를 던져 결국 4월 기준금리는 동결로 결정됐다. 금통위가 4대 3으로 팽팽히 맞선 것은 2006년 8월 이후 처음이었다.

시장에선 5월의 캐스팅보트는 임승태 위원이 쥐고 있다고 봤다. 총재의 뉴델리발언 때문이다. 박원식 부총재나 한은 추천인 문우식 위원은 사실상 총재와 뜻을 같이한다고 봤다.

이달 동결이 임승태 위원이 인하로 돌아선 결과라면 2004년 11월 이후 약 9년 만에 재현되는 '금통위원의 반란'이다. 당시에도 동결을 주장한 박승 총재에 맞서 금통위원 5명이 인하에 표를 던져 결국 기준금리가 내려갔다.

이렇게 되면 김 총재의 임기 말 리더십에 상당한 금이 가게 된다. 다만, 임승태 위원이 현 금통위에서 대표적인 매파란 점은 금통위원의 반란이 '설'에 그칠 가능성을 높인다.

임 위원은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때 나홀로 동결을 주장했다. 그런 그가 한 달만에 생각을 바꿨을 거라 보긴 어렵단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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