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저 현상에 대한 한국과 일본 경제인들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두드러졌다. 한국 경제인들은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반면, 일본 경제인들은 주변국과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일경제인협회 일본 측 대표인 사사키 미키오 단장은 25일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엔저에 대한 한국 측의 우려에 대해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한국 측의 우려가 있지만 이는 일본에 오래도록 지속됐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금융완화·재정정책·성장전략 중 하나의 정책”이라며 “일본 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는다면 주변국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사키 단장은 “6~7월 발표될 성장전략이 착실히 진행되면 본래 목적인 디플레이션 벗어날 수 있고, 한국이 우려하는 부분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열린 회의에서는 한국 주제발표자들의 엔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엔저가 디플레이션 탈출 뿐 아니라 우경화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냐는 한국인들의 분노가 있다”라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도 “미국과 유럽은 일본의 디플레 탈출이 글로벌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겠지만 경쟁 관계인 한국은 엔저에 경계심이 크다”고 아베노믹스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한일경제인협회 한국 측 대표 조석래 단장은 ‘수출 다변화’로 엔저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단장은 “엔저 현상으로 일본과 경쟁하는 입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지만 일본과 엔화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엔화로 거래하면 환율이 절하된 만큼 거래 금액이 내려가고 한국이 수입이 많고 수출이 적기 때문에 엔화를 거래하는 한국이 가격 인하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단장은 엔저로 수출은 어려워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엔저에 의한 수입 효과를 활용하고 수출도 다변화 해 어려움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야 한다”며 “엔저에 대한 대응이 하루 이틀 해서 되는 게 아니므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세계 경기가 나아지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사사키 단장은 최근 일본 정부의 과거사 문제로 한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정치적인 면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도 경제인들 간에 구축된 신뢰는 무너져서는 안 되며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