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한국과 미국의 대화 제의를 사실상 거부한 가운데 대화를 원한다면 군사훈련 등의 도발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연일 한미 양국에 대한 위협을 계속해 온 북한이 대화를 위한 일종의 조건을 밝힌 것으로 해석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의 최고 국방지도기관인 국방위원회는 이날 정책국 성명을 통해 한국과 미국에 “진실로 대화와 협상을 바란다면 모든 도발행위들을 즉시 중지하고 전면사죄하여야 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성명은 또 “1차적으로 당치않은 구실을 붙여 조작해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조치를 철회해야 할 것”이리라며 “남조선 괴뢰들은 천안함 사건과 3·20해킹 사건과 같은 제 집안의 불상사를 ‘북 관련설'’로 날조해 벌리고 있는 모든 반공화국 모략 소동을 즉시 중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공화국을 위협하거나 공갈하는 핵전쟁 연습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것을 세계 앞에 정식으로 담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남조선과 그 주변 지역에 끌어들인 핵전쟁 수단들을 전면적으로 철수하고 재투입 시도를 단념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청와대의 안주인은 우리의 핵을 민족공동의 자산으로 떠받들고 있으면 앞길이 창창하지만, 미국의 핵우산을 쓰고 있으면 망하고 만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도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의 최고존엄을 모독하고 북침전쟁연습소동에 계속 매달리며 반공화국 ‘제재’ 책동에 광분하는 한 그 어떤 북남(남북)대화도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남한 정부가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한 남북대화를 촉구한 데 대해 “개성공업지구를 위험천만한 전쟁발원지로 만들려 하면서 ‘운영 정상화를 위한 대화’요 뭐요 하는 것은 한갖 요설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북한이 최고결정기구라는 국방위원회와 최고 대남기구인 조평통을 동원해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함에 따라 한반도의 긴장 국면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 지 주목된다. 앞서 17일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이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향한 상당히 철석같은 개념이 없다면 협상 테이블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 조건으로 북한의 선 비핵화를 요구하고 나서 북한과 한미 간 본격 기싸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