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민주통합당 상임위 간사단과 회동을 하며 소통정치에 나선지 하루 만에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전격 임명하면서 여야 관계가 급냉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 후보자를 비롯해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받지 못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야당의 강한 반발에도 청와대가 윤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인 데에는 국정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일방통행식 결정에 최근의 야당과의 소통 노력의 의미가 퇴색되고 향후 정국 경색 또한 불가피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관석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 후보자 임명 강행은 그동안 청와대 만찬 등 소통을 위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불통으로 되돌려놓은 것”이라며 “윤진숙 임명으로 정국이 다시 냉랭해질 경우 그 책임은 청와대가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16일 저녁 청와대로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 상임위 간사단을 초청해 2시간 동안 만찬을 함께 했다. 야당과의 청와대 회동은 지난 12일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 이은 두 번째 식사정치 행보였다.
이번 만찬 회동에선 최근 최대 난맥상을 보였던 인사 문제에도 논의가 집중됐다. 당초 민주당은 윤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 만찬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정도로 윤 후보자의 임명철회에 대해선 한치도 물러설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윤 후보자는 해당분야에 일가견이 있고, 해수부에 드문 여성인재여서 발탁했다”면서 “다만 청문회에서 실망을 드려 안타깝지만, 너그럽게 생각하는 점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임명 강행을 시사했다. 여기에 7~8명의 민주당 의원은 “그렇다하더라도 윤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시종일관 묵묵히 경청할 뿐, 구체적인 답변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간사들은 이날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고 박 대통령은 “객관적이고 투명하고 철저하게 의혹이 남지 않도록 조사하고 조사주체에 야당 추천인사도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과 하도급 업체에 관심을 표하며 “경제민주화 공약은 반드시 지키고 법안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제주체들이 피해를 입지 않은 시장을 만들겠다”며 ‘도가 넘는 역작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또 정치권의 ‘개헌 논의 기구’ 설치에 대해서는 “민생이 어렵고 남북관계도 불안한 상황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자연스럽게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